사진 = 데일리그리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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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그리드=이승재 기자] 코오롱생명공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 악재로 인한 제약·바이오업계 헬스케어펀드가 최근 3개월간 9%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부진으로 인해 빠져나간 펀드 자금은 총 265억원. 올해 상반기 코스닥 시장의 제약(바이오) 업종 시가총액이 4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2조6천억원이던 코오롱티슈진의 시총은 '인보사' 사태로 주식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이미 5천억원으로 급감했다.

사진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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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애초의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지난 3월 공개되며 제품의 유통·판매가 중단됐고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가 될 수도 있는 처지.

이번 사태로 인해 제약.바이오주 부진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증권가의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사기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랐다.

지난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11일 오전 서울여의도에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을 주관한 두 증권사에 ‘상장사기’ 혐의를 씌워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인보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상장업무를 담당한 투자은행(IB) 부서의 코스닥 상장 기록과 컴퓨터 하드 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7년 11월 양 증권사는 코오롱티슈진 상장주관 업무를 맡아 해당 제품에 대한 관련기술 확인과 기업 가치 평가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코오롱티슈진의 코스닥 상장을 주관한 양사는 같은해 7월 12일~14일 인보사 위탁 생산업체인 해외기업 론자의 싱가폴 공장을 방문 실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장을 앞두고 인보사의 사업성과 수익성을 검증하기 위한 절차였던 것. 이때는 론자가 코오롱티슈진에 인보사 성분 변경 사실을 알린 뒤였다. 인보사 주성분이 연골유래 세포인지 여부는 상장 평가에 핵심 요소였다.

이들이 실사에서 미리 인보사의 주요성분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코오롱티슈진은 상장이 안됐거나 상장됐더라도 공모가가 낮게 책정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양사는 실사 후 인보사의 사업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에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했고 인보사가 ‘동종유래연골세포로 개발된 최초 유전자 치료제’라는 허위 내용을 공시했다.

검찰은 이들 증권사들이 성분 변경 사실을 알았는지, 이를 코오롱생명과학측과 공유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만일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실사에 이를 확인하고도 코오롱티슈진 측과 공유한 정황이 밝혀지면 ‘상장 사기’로 볼 수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두 증권사에 대해 이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외국 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과 성장성 특례 상장 주관사 자격을 제한했다. 내년 11월까지 외국 바이오기업의 기술특례 상장과 성장성 특례 상장 주선 자격을 제한한 것.

NH투자증권은 내년 8~9월에 코스닥시장 입성을 목표하는 고바이오랩의 상장 주관 딜을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에게 뺏겼다.  지난달 NH투자증권은 치열한 경쟁 끝에 약 5000억 원 밸류가 기대되는 고바이오랩의 딜을 가져가는 듯했으나 한국거래소가 인보사 파문을 일으킨 코오롱티슈진 상장 주관사에 제재를 가해 무산됐다.

거래소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NH투자증권의 외국기업 기술특례 상장주선인 자격과 성장성 특례상장 주관사 자격을 내년 11월까지 제한했다.

이번 제재로 인해 업무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한국투자증권도 성장성 특례상장 추진 계획이 틀어졌다. 올해 2~3개 기업에 대한 특례상장 주관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인보사 파문과 이에 따른 거래소의 규제로 주관자격 제한이 없는 다른 상장방식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는 “매우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업계관계자는“개발은 코오롱이 했고 허가는 식약처가 냈는데 단지 상장 주관사라는 이유만으로 이같은 책임을 지우기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라면서“미래 먹거리라고 불리는 바이오산업의 육성이 강조되는 등 혁신기업의 성장이 중요한 현 시기에 상장 주관사에 과도한 책임을 물는다면 IPO 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런식이면 누가 위험도 높은 기업의 상장을 주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인보사는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으나 이후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연골세포와 다른 신장세포라는 의혹이 제기돼 올 3월 31일 유통 및 판매를 중단했다. 신장세포는 악성 종양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식약처는 5월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이 판매하는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판매허가를 취소하고 허가 당시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며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 고발했다.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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