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 고장 나도 예비용 없어 3~4일간 미처리 하수 해양 유입
인근 군부대서 물티슈 등 이상물질 유입에 일주일 한번꼴 펌프 고장
옹진군-위탁업체 해양오염에도 무기력

인천시 옹진군 청사(사진 군 홈페이지 발췌)
인천시 옹진군 청사(사진 군 홈페이지 발췌)

[데일리그리드=강성덕 기자] 하수처리시설에서 채 처리되지 않은 하수가 방류되도 최소 3~4일간은 속수무책이란다.

예비부품도 없는데다 조달을 위해 육지로 나가야 하는 섬 특성상 부품을 공급받으려면 왕복 이틀은 꼬박 소요된다.

민간기업이라면 이런 경우 무단방류로 인해 된서리를 맞아야 하겠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라 단속이나 점검은 뒷전이다.

지난 17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의 가을하수처리시설에서 문제가 발생됐다. 하수를 유입시키는 역할을 하는 10개의 펌프 중 1개가 고장났다. 기능을 하지 못하다보니 처리가 안된 하수가 넘쳐 인근 해역으로 유입된다. 해양오염을 오히려 부추기는 셈이다.

처리용량이 일일 700톤인 이 처리장은 최근들어 부쩍 고장이 잦다. 그나마 확보하고 있던 몇개의 예비펌프마저 동이 나면서 긴급사태가 발생됐다. 원인은 이물 혼입이라고 했다.

백령도 가을하수처리시설은 인근 마을과 주변 군부대 등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처리하기 위해 2014년 준공됐지만 5년도 안돼 기능이 급격히 떨어졌다.

군부대 독신자숙소 등에서 변기를 통해 유입되는 이물이 문제라는 판단이다.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물에 분해되는 휴지 대신 물티슈를 사용하는 군인들이 늘면서 부터다. 분해가 어려운 물티슈와 함께 콘돔과 같은 의외의 물질이 100mm 구경의 펌프관을 통해 들어오면 과부하가 걸려 축이 부러지는 경우가 잦아졌다.

해당 처리장의 시설운영 및 관리를 맡고 있는 민간기업이 국방부에 민원을 넣고 해병대사령부에 항의도 해보지만 줄기는커녕 최근 이런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17일 발생한 가을하수처리장 펌프의 가동이 중지되면서 1번 펌프가 맡고 있는 하수가 그대로 해양으로 흘러 들어갔다. 옹진군 관계자의 말대로 불가항력이라고는 하지만 예비펌프만 제대로 확보했어도 3~4일씩 무단방류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19일 옹진군시설경영사업소의 한 관계자는 펌프 고장 후 일요일인 20일까지 4일간 일부 미처리된 하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인정했다.

A씨는 "1번 펌프에 이물이 유입되면서 과부하로 축이 부러져 나갔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펌프는 일반펌프가 아닌 주문제작하는 사양이라 예비펌프가 없으면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 일산에 호환이 가능한 펌프가 있다해서 긴급 조달을 서두르고 있지만 배편이 없어 내일(20일)이나 인수가 가능하다며 인근 군부대에서의 이물 유입을 탓했다.

2014년 당시 지자체 위탁을 받아 공사에 나선 발주처인 한국환경공단의 설계상에도 이런 이물을 제거나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적용하지 않았다. 하수처리시설 공사 주감독을 맡았던 환경공단 김 모 차장(현 부장)은 가동에 앞서 주변 마을 주민과 군부대에 화장실 변기에 이런 이물을 투기하지 말도록 누누히 강조했다고 한다.      

가동 초기에는 별문제 없이 운영했지만 올해 들어 일주일에 한번꼴로 이물로 인한 펌프고장이 잦아졌다는 해명이다.

지난 17일 백령도 가을하수처리시설 펌프 고장으로 일부 미처리 하수가 인근 해양으로 유입됐다. 옹진군과 위탁대행업체는 예비용이 없다며 불가항력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7일 백령도 가을하수처리시설 펌프 고장으로 일부 미처리 하수가 인근 해양으로 유입됐다. 옹진군과 위탁대행업체는 예비용이 없다며 불가항력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가을하수처리시설은 여러 곳의 환경시설 관리대행과 환경컨설팅 회사인 C업체가 맡고 있다. 

가을하수처리시설 위탁대행 관계자 B씨는 "이곳뿐만 아니라 비슷한 규모의 처리장들이 격는 유사한 사례라며 펌프가 고장나도 예비펌프가 없으면 대책이 없다"고 했다.

옹진군에 몇 차례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자금 집행이 여의치 않았다는 것. 결국 불가항력이라기보다는 제대로 준비 못한 인재(人災)에 의한 것 아니냐는 결론에 도달하는 모양새다.
 
B씨는 데일리그리드와의 통화에서 특히 이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1차적으로 이물을 거르기 위해 관로쪽에 갈퀴같은 것을 넣어서 긁어내기도 한다. 특히 이번 경우는 예산이 바로 시행이 안돼 문제가 더 커졌다. 펌프 구매비용도 만만찮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들어간다. 섬 특성상 육지보다 단가가 1.5배 정도 더 세고 인건비는 2배나 된다. 이날 고장난 펌프는 10개 중 하나로 유량계가 없어 얼마나 방류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강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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