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의 고난과 시련의 결 따라 피어나는 유토피아 그려요”

▲ 서양화가 지젤박
‘인생은 예측불허, 그래서 그 의미를 가진다’는 말이 있다. 이 예측불허의 인생에서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덫이 있다면 삶의 불행이자 시련일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맞서 싸워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문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삶의 덫에 갇혀 허덕이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통이 클수록 그것을 이겨내는 아름다움의 가치 또한 크다. 이런 인생의 섭리를 고스란히 캔버스 위에 옮겨놓은 화가가 바로 추상화가 지젤박 작가다.
삶의 고비마다 새겨진 상처의 결을 색으로 메우고 채워서 진하게 때로는 은은하게 스며 나오는 고유의 색감으로 인생의 유토피아를 펼쳐낸다. ‘꿈을 잃지 않는 마음과 인생의 과정 속에 유토피아가 있다’라고 읊조리는 작가의 말처럼 상처 난 우리네 인생을 켜켜이 덧발라 조형하는 그만의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보도록 한다.

‘구상’에서 시작해 ‘추상’으로 승화되는 색채의 조화

Q. 작품이 독특하다. 어떤 작업인가?
색과 질감만으로 작업을 한다. 색의 겹침이나 색의 얼룩, 결로 표현되는 질감만으로 그려내는 추상화 작업이다.

Q. 하지만 초기 작품들에는 산, 바다, 언덕과 같은 자연의 형상이 있었다. 원래는 어떤 구상에서 출발한 것인가?
맞다. 처음에는 대자연의 형상에서 출발하였다. 산, 바다, 들판, 언덕, 하늘, 구름과 같은 대자연의 모습에서 시작된 나만의 유토피아 모습이었다. 가만히 자연을 응시하고 있으면 구체적인 형상은 점차 풀어지고, 제 눈에는 색과 빛만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얼룩이 되고 정지된 화면처럼 보인다.
하늘과 땅의 경계는 없어지고 자연이 뿜어내는 빛, 색의 아름다운 조화만이 그려져 추상적인 모습이 되는 것이다. 오로지 강렬한 색채와 색의 조화로움만 남아 나만의 유토피아를 그려내는 것이다.

희망과 꿈을 찾아 나아가는 인생이 바로 ‘유토피아’

Q. 추상으로 감각되는 유토피아라 그런지 더 모호한 느낌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인생의 유토피아는 어떤 것인가?
나는 다큐를 좋아한다. 그래서 다큐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어느 날 우연히 항상 꿈꾸던 유토피아를 거기에서 발견하였다. 바로 사람들의 삶 속에서 말이다. 유토피아는 꿈을 잃지 않는 마음과 인생의 과정 속에 있었다. 삶에는 분명 고난과 시련, 상처가 있기 마련이고, 그러한 불행을 비켜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처를 보듬고 인내하며 계속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희망과 꿈을 쫒아 나아가는 모습들이 눈물겹게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유토피아는 우리 인생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에 덧입힌 색의 감성으로 아우르는 인생 군상

Q. 작품이 전달하는 느낌이 특이하다. 색의 겹침이나 결의 질감도 색다르다. 특별히 의미하는 바가 있나?
작품에서 보이는 ‘결’은 상처의 원형을 의미한다. 인생에서의 상처,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불행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상처를 껴안고 보듬으며 인내하고 삶을 계속 이어간다. ‘결’ 위에 덧입히는 색 작업이 이런 우리네 인생을 표현한 것이다.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다. 상처로 얼룩졌지만 그것을 보듬고 인내하며 살아낸 삶이 진정으로 아름답듯, 쌓아올리고 덧입힌 색들이 ‘결’ 사이로 스며들고 얼룩지면서 더 깊이 있는 작품이 완성된다. 그래서 나의 모든 작품은 유사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비슷비슷한 우리 인생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Q. 그렇다면 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나한테 색은 감정을 표현하는 통로다. 인생의 기쁨, 환희, 즐거움, 슬픔, 괴로움, 아픔, 우울 등 모든 감정을 표현한다. 색들이 겹쳐지고 비춰지고 얼룩지면서 깊이 있는 작품이 완성되듯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굴곡을 헤쳐 온 상처들이 아물고 아물어 그 섭리를 깨우치는 통찰의 지혜를 가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작품의 색에 감정을 쏟아 붓고, 감성으로 바라보고 위로 받았으면 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싶다는 작가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콜라보레이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전시장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그 동기다. 핸드백이나 스카프, 가구에 자신의 작품을 접목해보고 싶다는 작가는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는 팝아트에 이어 모더니즘 회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를 바란다는 마음도 함께 전했다.


서양화가 지젤박 (Gisele Park)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6회
단체전  30여회
서울미술대상전 장려상 등 다수 수상
www.giselepark.com

윤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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