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가 경악한 북한 1인 독재자의 '비위 맞추기'용으로 전락한 '유령' 남북 축구경기 -

'깜깜이' 축구경기 보다 더 깜깜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깜깜한' 상황인식
'깜깜이' 축구경기 보다 더 깜깜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깜깜한' 상황인식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예선에서 처음으로 성사된 남북 축구대표팀의 평양 경기에서는 그라운드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선수의 '숨소리'도, 심판의 '호각소리'도 알 수 없고, 오로지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록지에 작성된 숫자와 판정의 결과만 있을 뿐 '無관중'·'無중계'라는 촌극(寸劇)으로 치러진 '南北축구'에 대한 논란이 경기가 종료된 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평양 원정 축구 경기는 지금까지 두 번째로, 앞서 지난 1990년 10월 11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한국이 1대 2로 패배한 친선경기는 남북 교류의 일환으로 성사된 이벤트였지만, 이번 평양 원정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으로 이뤄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추첨에 의해 편성된 공식 경기로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축구 대표팀의 A매치나 프로팀의 리그·컵대회에서 사연을 가진 승부는 친선경기와 다르게 '더비 매치(Derby match)'의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에 남북전은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에서도 '한반도 더비'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관중은 물론, 취재진·중계진도 경기장을 방문하지 못하고 경기의 진행 상황은 경기 하루 전에 예정된 대로 생중계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오직 평양발 인터넷망을 통해 전달되는 유례없는 無중계였다.

이에 실망한 한국 축구팬은 물론 외신도 남북의 평양 경기에 '조소'(嘲笑)를 보냈다.

하지만 더 기가 막힌일은 우리 축구대표팀이 평양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고기·해산물 등 선수단 음식 재료 3상자를 빼앗기는 등의 곤욕을 치뤘고, 마치 마약사범이나 범죄인 다루듯이 통관에만 장장 3시간 가까이 걸리는 등 모진 수모를 겪었다. 공항에 나와서는 묶고 있는 호텔 밖으로 나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고 호텔내 기념품점에도 접근 불허되는 등 사실상 감금됐다.

이에 손흥민 선수는 귀국 인터뷰에서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생각할 정도로 거칠었던 경기'라며 '그 쪽 선수들이 상당히 예민하고 거칠게 반응했다. '심한 욕설도 많았다'고 그 때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부상 없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축구팀을 이끌고 다녀왔던 축구협회 최영일 부회장은 한마디로 "전쟁 같았다"라며 당시 험악했던 현지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북에서 스포츠는 김정은을 위한 정치 도구이자 선전 수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만일 이번 경기에서 북한이 경기에서 졌더라면 김정은 위원장을 망신시켰을 것이고 우리가 이겼다면 아마 우리 선수중 최소 한 명 이상은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해당 경기를 ‘기이한(bizarre)' 경기로 표현하며 '북한 당국으로서는 자국 관중들조차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하게 했지만, 그들의 강력한 라이벌인 한국에게 패배할 수도 있다는 점이 매우 끔찍했을 것'이라고 분석했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역대 가장 비밀스러운 월드컵 예선 경기(The most secretive World Cup qualifier ev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계도, 관중도, 외신도, 심지어 골도 없었다!'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비꼬았다.

하지만 문제는 깜깜이 축구경기를 펼친 북한보다 이같은 사태에 대해 깜깜한 상황인식을 가진 정권과 정부각료에게 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외신들조차 앞다퉈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축구경기라고 비난성 보도를 쏟아내고 우리 대표팀이 '전쟁'과 '지옥'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17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무관중 상태로 경기를 연 것과 관련해  '자기들 나름대로 공정성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며 마치 북한 대변인처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비난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통일부장관이라는 사람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들 조차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약속해도 모자랄판에 북한을 두둔하고 비호하고 나선것은 극도의 실망이다.

선수들의 소지품 압류와 호텔감금, 그리고 관중 한 명 없는 유령 경기장에서 사상 유례없는 경기를 치른 선수단은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던 당시의 상황을 애써 모르는척하는 이런 통일부 장관에게 어떻게 우리의 안보를 맡길 수 있을런지 걱정이다.

스포츠는 평화와 화해의 사절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변질시켜 1인 독재자의 '눈요기감'으로 전락시킨 북한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대해 文 정권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깜깜이' 노릇을 해서는 안된다.

'깜깜이'란 단어는 명사로 어떤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하는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우리말인데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못한 북한과의 올림픽 공동개최는 나라를 망신 시키기에 그게 과연 가능할까? 정말 생각만해도 눈앞이 정말 깜깜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열린 전국체전 개막식에서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번과 같이 눈 앞에서 벌어진 남북 축구도 전혀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공동올림픽을 열겠다고 하는 것은 '동상이몽'(同床異夢) 처럼 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정부는 '유령경기'와 '폭력경기'로 스포츠정신을 파괴한 북한과 공동 올림픽을 추진할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성부터 세워야 할 것이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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