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이 내수기업보다 경영성과 낮아지는 현상

최근 한국경제는 내수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희망’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형국이다. 상류층이 한숨을 쉬는 동안 서민경제는 파탄을 넘어 가계부채만 눈덩이처럼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수출시장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국가경제의 버팀목으로 자리해 온 수출산업이 얼어붙게 되면 그야말로 한국경제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벼랑으로 내몰리게 되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바로 원화 상승세로 이한득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웃나라 일본은 아베노믹스 정책을 펼치며 무한 엔화 찍기를 하고 있고, 우경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엔화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등 주변국가의 경제 정책 자체에도 심각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어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 약화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 원화강세로 수출기업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엔화와 달러, 1,000원대와 1,200원대 유지 절실
원화 가치는 강세를 보이는 반면 엔화 가치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2013년 하반기에 본격화되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2014년 들어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2010년 이후 달러당 1,100원 수준을 중심으로 등락하던 원/달러 환율은 2013년 하반기 평균 1,087원을 기록했고, 2014년 1분기 1,069원으로 하락한 데 이어 5월 1,025원으로 떨어졌다.
2014년 6월 27일 원/달러 기준 환율은 1,017원을 기록하여 2008년 초 이후 6년여 만에 세자리 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아베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베 총리 취임(2012년 12월 26일)이전인 2012년 4분기부터 급격하게 상승했던 엔화 환율은 2013년 중반 이후 상승 추세는 주춤해졌고 2014년 들어 완만하게 하락했지만 달러당 100엔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 2014년 6월 27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1.7엔을 기록해 엔화 약세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2년 9월말 77.6엔에 비해 31.0% 상승했다.
2014년 들어 원화와 엔화 모두 강세를 보였지만 원화가 상대적으로 더 큰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은 하락했다. 2014년 2월초 100엔당 1,070원을 넘었던 원/엔 환율은 하락세를 지속하여 6월에 일시적으로 900원대에 진입했다. 월평균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 이하로 하락한 것은 200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수출기업, 내수기업 보다 부진 현상
제조기업을 수출비중에 따라 내수기업과 수출기업으로 구분해 2012년 이후 분기별 성장성과 수익성을 살펴보면 2012년 4분기 이후 수출기업의 실적이 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4분기 이후 수출기업의 매출증가율은 계속 내수기업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2013년 이후 매출증가율은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내수기업은 플러스 수준을 회복했지만 수출기업은 계속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렀고 내수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었다. 2014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증가율의 경우 수출기업(-1.8%)이 내수기업(3.2%)에 비해 5%p 낮았다. 수익성도 수출기업이 내수기업에 비해 낮았다. 내수기업과 수출기업의 2012년 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각각 3.9%, 3.7%를 기록해 차이가 0.2%p에 불과했다. 2013년 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내수기업이 4.0%, 수출기업이 2.7%를 기록하여 차이가 1.3%로 확대되었다. 2014년 1분기 영업이익률은 개선되었지만 수출기업은 2.8%에 머물러 내수기업의 4.2%에 비해 1.4% 낮았다.

▲ 일본의 엔저 현상은 국내 수출기업에게는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경영성과 낮아
수출비중을 크기 별로 좀 더 세분화해 2012년 이후 실적을 비교하면 수출비중이 높을수록 경영성과가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수출비중을 10% 구간 별로 나누어 2012년부터 2014년 1분기 동안의 분기 평균 매출증가율을 살펴보면 수출비중이 40%를 넘으면서 급격하게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비중이 80% 이상인 기업들은 1.8%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지만 그 이외의 수출비중 40~80% 구간에 속한 기업들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보였다. 수출비중 10% 구간별로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수출비중이 높아질수록 영업이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 영업이익률은 수출비중 0~10% 구간에 속한 기업들이 4.7%로 가장 높았고 40~50%에 속한 기업들이 2.4%로 가장 낮았다. 수출비중 80% 이상인 기업들도 2.6%로 낮은 수준에 속했다.

일본 제조기업의 실적은 개선 뚜렷
국내 제조기업의 실적은 부진한 반면 일본 제조기업의 실적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동경증권거래소에 상장된 934개 제조기업의 경영성과를 살펴보면 2013년 이후 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상승했다.
2012년 1.0%에 머물던 일본 제조기업의 분기 평균 매출증가율(중앙값 기준)이 2013년에는 6.5%로 높아졌다. 영업이익률도 4.5%에서 5.0%로 개선되었다. 2014년 들어 수익성 개선 추세는 지속되었다. 2014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증가율은 12.7%로 2013년 1분기 1.2%에 비해 11.5%나 개선되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에 비해 1.3%p 개선된 5.8%를 기록하여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2012년과 2013년 분기 평균 매출증가율을 비교하면 내수기업이 1.0%에서 5.5%로 상당히 개선되었다. 수출기업이 0.7%에서 11.8%로 11.1% 상승하여 내수기업보다 훨씬 많이 개선되었다. 2012년 비슷한 수준을 보였던 영업이익률도 수출기업(2012년 4.4%→2013년 5.6%)이 내수기업(2012년 4.5%→2013년 4.9%)보다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2014년 들어 실적 개선 추세가 주춤해졌지만 1분기 실적은 2013년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내수기업(2013년 1분기 1.1%→2014년 1분기 11.9%)과 수출기업(2013년 1분기 1.8%→2014년 1분기 15.1%)의 매출증가율이 모두 10%p 이상 상승했고, 수출기업의 상승폭이 컸다. 영업이익률도 수출기업이 1.9%p(2013년 1분기 4.8%→2014년 1분기 6.7%) 상승하여 1.0%p(2013년 1분기 4.5%→2014년 1분기 5.5%) 상승한 내수기업보다 상승폭이 컸다.

일본기업, 수출비중 높을수록 실적 개선 빨라
일본 기업은 전반적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이 경영성과도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비중을 10% 구간별로 나누어 실적을 살펴보면 수출비중이 높아질수록 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2012~2014년 1분기 동안 평균 매출증가율은 수출비중 0%인 기업이 3.3%로 가장 낮았고 80% 이상인 기업이 10.1%로 가장 높았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증가율만큼 수출비중에 따라 높아지는 경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수출비중 60~70%인 기업이 6.3%로 가장 높았다.
수출비중 별로 2012년과 2013년의 평균 매출증가율의 변화를 살펴보면 0~20% 기업이 2.4% 개선에 그친 반면 80% 이상은 15.1% 상승했다. 수출비중이 높을수록 매출증가율의 상승폭도 컸다. 2014년 1분기 매출증가율은 수출비중80% 이상인 기업들의 개선 폭이 6.3%로 가장 낮았지만 전반적으로 수출비중이 높을수록 상승폭이 컸다.

영업이익률도 2012년 대비 2013년의 변화폭은 수출비중 0~20% 기업들이 0.0%로 가장 낮았고 80% 이상 기업들이 1.7%로 가장 높았다. 전년 동기 대비 2014년 1분기 영업이익률의 변화 폭 에 있어서는 수출비중 60~80% 기업들이 2.7%로 가장 높았다. 전반적으로 수출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영업이익률 개선 폭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환율 변화는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향후에도 엔화 약세 효과는 추가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기업의 실적이 엔화 약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2년 말부터 2분기 정도 지난 2013년 중반부터 개선되었고 수출비중이 높을수록 실적이 더 많이 개선된 것은 엔화가치 하락이 일본 기업의 실적에 본격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수회복은 수출기업에게도 절실
시간이 흐를수록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악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중견 수출기업들의 사정은 훨씬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관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단기적인 대책도 마땅치 않다. 수출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여가는 수밖에 없겠지만 오히려 내수를 더 활성화하는 것이 내수기업을 살릴 뿐만 아니라 수출기업을 살리는 방법으로도 보인다. 수출기업도 대부분 내수부문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 활성화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수증가로 수입이 늘면 그만큼 원화절상 압력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기초적 경제 요인을 감안하면 원화가치 상승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원고, 엔저를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이 직면한 경제 여건으로 인식하고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하고 대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윤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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