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사랑

   쑥이 삼대 속에 나면 붙잡아 주지 않아도 곧게 자란다고 한다. 이는 봉생마중(蓬生麻中)이라는 고사에서 나온 말인데,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감화되어 발전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특히 주변 환경에 쉽게 반응하는 감수성이 민감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말이다. 이때는 일생을 좌우하는 성격과 생각이 형성되는 시기이기이므로 더욱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항상 올바른 조기교육이 필요하다. 어려서 한번 길들여진 습관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평생을 간다. 물론 타고난 성격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습관도 역시 중요하다. 때문에 교육 환경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것이다. 이른바 향기로 물들이고 그릇을 단련한다는 훈도(薰陶)의 의미는 감화의 중요성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말이다.

  역사적인 인물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가정교육에 충실했다. 어느 날 공자(孔子)의 아들 백어(伯魚)는 뜰에서 부친에게《시경》과《예기》를 배워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후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이것이 가정교육을 의미하는 정훈(庭訓)인데, 자식이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받는 교육이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고사가 되었다.

  이순신은 자신을 훈육해준 어머니 초계변씨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변씨는 이순신을 임신했을 때 꿈속에서 조부가 순신(舜臣)이라고 이름을 지으라고 한 대로 실제 그와 같이 지었다. 꿈속이나마 조부의 분부를 따른 변씨의 효행도 남다르다. 중국의 대표적인 성왕인 순(舜) 임금의 이름자를 따라 쓴 것만 봐도 이순신이 유가의 집안에서 성장하고 유학을 독실이 배운 것을 알 수 있다.

  이순신은 전쟁 중에도 항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조카나 아들, 부하들을 사자(使者)로 대신 보내어 어머님께 문후를 드리게 한 정성은 그의 극진한 효자의 모습을 알게 해준다. 우리에게 어머니라는 존재는 예로부터 기쁨과 망우(忘憂)를 상징하는 훤당(萱堂)이라는 말로 대신해왔다. 그래서 선비집 뜨락에는 망우초라고 하는 원추리를 늘 심었던 것이다.

  이순신은 자신이 분골쇄신할지라도 국난극복에 대한 염원을 잠시도 멈추지 않았던 것은 바로 어머니의 영향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난중일기》갑오년 1월 12일 어머니께 하직을 아뢰자, “부디 잘 가거라. 오직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야 한다.”고 하며 조금도 이별을 슬퍼하지 않는 어머니의 당당한 모습이 항상 간절하게 느껴졌다. 바로 어머님의 당부말씀을 따르는 것이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오늘날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효(孝)를 기반으로 하는 윤리도덕이 중시되어야 한다. 효를 제대로 알아야 충을 알게 되어 국가와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순신은 전란 중에 《난중일기》에《삼국지통속연의》내용을 인용하면서 나라의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밖으로는 나라를 바로잡을 주춧돌(인물)이 없고 안으로는 계책을 결정할 기둥(인재)이 없다.”

                                                                -《교감완역 난중일기》갑오년 11월 이후기록-

이순신이 말한 인재양성문제도 결국은 올바른 도덕 교육에 달려 있다. 예로부터 백성을 교화하고 풍속을 바로잡는 데는 항상 도덕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라의 동량을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라도 청소년기의 도덕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도덕 보다는 물질을 우선시하다보니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간색이 정색을 가리고 교육마저 퇴색되어 가는 현상이 심히 우려가 된다.

   요컨대 백행의 근본인 효(孝)에서 인간사랑부터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면 백년대계의 의미는 요원해질 것이다. 중국 촉한시대 정치가 제갈량은 “사랑은 부모사랑에서부터 시작한다.[立愛自親始]”고 하였다. 부모에 대한 사랑을 모른다면 어떠한 조직에서든 원만한 생활을 결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부모사랑 속에 순응, 화합, 감화의 원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핵심어 : 가정교육, 부모사랑, 인재양성, 효의 실천, 인간사랑

 

글 : 노승석 이순신연구가

《난중일기유적편》(여해, 2019)

《교감완역 난중일기》개정2판(여해, 2019)

노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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