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는 평준화된 기능과 저가정책이 한 몫

▲ 세계는 스마트폰 시장 선점을 위한 총성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전 세계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LG전자와 함께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승승장구 해 왔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을 비롯한 아시아, 미주 지역까지 넓게 확장하며 유럽의 강자 노키아, 미국 최강이라는 모토로라를 넘어 애플의 아이폰까지 그야말로 글로벌 천하통일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기업들로 인해 새로운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어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협공이 시작되다
지난달 초 홍콩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서 지난 2분기 인도 스마트폰 판매 실적에 대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세계 휴대폰 시장 2위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에서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내 준 것이다. 그것도 인도 현지 브랜드인 마이크로맥스에게 일격을 당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맥스의 시장 점유율은 16.6%,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14.4%와 10.9%를 각각 기록하며 마이크로맥스에게 추월된 것이다.

중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삼성전자 위치가 현재로써는 다시 정상에 오른다는 것이 희박해 보일 정도로 거세다. 바로 샤오미의 등장이다. 샤오미는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1499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시장 점유율 14%를 차지했다. 1분기 10.7%를 넘어서며 삼성을 왕좌의 자리에서 내려 앉혔다. 이밖에도 중국은 비보, 오포, 화웨이, 레노버, ZTE 등 언제든 치고 올라올 수 있는 브랜드들이 대기하고 있어 국내 브랜드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1세대를 넘은 2세대 기업 강세
이와 관련해 최근 LG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시장이 가져오는 위협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1세대 기업에 이어 새로운 2세대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은 어제의 중소기업을 오늘의 글로벌 기업으로 길러내는 인큐베이터가 되고 있다. 샤오미는 불과 4년 만에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오포, 비보 등 새로운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신흥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이들 세 개 기업이 작년 중국에서 판매한 스마트폰은 모두 3,900만대, 한국 시장의 1.6배에 이른다. 이들 2세대 기업의 성장이 가져올 스마트폰의 시장의 변화는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들 중국 2세대 스마트폰 기업들은 세계 최대 시장을 기반으로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그리고 수 없이 많은 중소기업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전략을 터득했다. 게다가 이들은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신흥 시장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높다. 우리가 중국 2세대 기업을 반짝 스타로 간과할 수 없는 이유이다.

특히, 2세대 기업의 세그멘테이션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샤오미, 오포, 비보와 같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모방하는 데 급급한 다른 중국 기업들과는 달리, 카메라, 오디오, 여성, 젊은이 등으로 시장을 세분화하고, 목표 고객을 명확히 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셀카 사용자의 증가에 맞춰 전면에 고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모델을 비롯해 음질을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 특성에 맞게 고품질 오디오 부품을 채용한 모델 출시, 매년 두 배 가까이 성장하는 여성 스마트폰 사용자에 초점을 맞춘 스타일리쉬 디자인과 다양한 색상을 입힌 모델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시장의 주력 소비자인 젊은이들에 초점을 맞춰 온라인 마케팅, 유통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세그멘테이션 전략은 글로벌 기업과의 전면전을 피하고, 제한된 자원의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 중국 여성 스마트폰 사용자 증가 추세

1세대와 2세대 기업은 ‘넘사벽’될 수도
2세대 기업 3개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2012년 4분기 7%에서 2014년 1분기 18%로 성장했다. 물론 샤오미의 빠른 성장이 2세대 기업의 성장을 이끈 것이 사실이지만, 비보, 오포의 성장도 괄목할만하다. 특히, 오포는 2012년 4분기 0.7%의 시장 점유율로 시작해 2014년 1분기 2.9%까지 성장했다. 시장 점유율 수치가 미미해 보이지만, 이들 3개 회사가 작년에 판매한 스마트폰 수량은 3,900만대에 달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작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2,400만대였다.

전 세계 모든 스마트폰 기업들이 욕심을 내는 최대 시장에서 중국의 1세대, 2세대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가격 대비 성능(性价比)’을 매우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보다 낮은 가격과 보다 좋은 성능을 원하는 것은 모든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성향이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신흥 시장 소비자들 중에서도 가성비를 가장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닐슨의 핸드폰 구매 기준 조사에서도 주요 신흥 시장 중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성능’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이유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품질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선호했던 이유 중 하나는 품질이었다. 컨설팅 기업인 롤랜드 버거가 2009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자 제품 구매 시 중국 소비자의 85%는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고, 글로벌 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품질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기업이 만든 스마트폰은 1년이 되기도 전에 고장 나기 일쑤라는 것이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평가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 소비자들이 중국 기업들이 만든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은 2012년 초에는 20%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50%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바로 품질이다.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기업들이 신제품을 발표할 때면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것이 퀄컴의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LG나 삼성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며, 소니의 카메라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다는 말이다. 이제 주요 부품에 있어서는 글로벌 업체와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샤오미가 부품 공급 업체를 모두 공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아울러 외주 생산에 의존하는 신생 기업들은 폭스콘을 비롯한 글로벌 규모의 EMS(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s, 전자제품 생산 전문기업)에서 생산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얼마 전 샤오미는 신제품 ‘MI-4’를 발표하면서 폭스콘의 금속 가공 공정을 설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는데, 아이폰과 같은 수준의 생산 프로세스를 거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 샤오미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중국인들

세그멘테이션 전략 제대로 먹혔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2세대 스마트폰 기업들의 공통점은 적극적인 세그멘테이션을 성장 전략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장에는 세그멘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은 역발상으로, 선도 업체들을 따라 하는 전략에 그치지 않고 후발업체가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찾아내려는 고심을 보여준다. 세그멘테이션 전략은 중국의 2세대 스마트폰 기업들이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의미 있는 시장 기반을 확보하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세그멘테이션은 몇 가지로 함축해 볼 수 있다.

블로그 및 SNS가 대중화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셀카족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옥스퍼드 사전을 출간하는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가 2013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셀피(Selfie)’를 선정했을 정도로 셀카를 찍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 중국에서도 셀카를 뜻하는 ‘쯔파이(自拍)’가 일상적인 용어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전면 카메라는 주로 영상통화용으로 여겨져서 카메라의 화소수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틈새를 처음 포착한 것은 오포였다. 2012년 후반, 오포는 세계 최초로 500만 화소 카메라를 전면에 탑재한 ‘Ulike2’를 출시했다. 지금까지도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전면 카메라가 100~200만 화소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시도였다. 오포의 전면 카메라 차별화 시도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500만 화소 이상의 전면 카메라를 탑재한 모델은 2013년 2개, 2014년 4개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후 오포를 모방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면 카메라 세그먼트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2세대 기업인 비보를 비롯해 1세대 기업인 레노버, 화웨이, ZTE 등에서도 500만 화소 이상의 전면 카메라를 탑재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정보를 제공하는 GSM Arena에 따르면, 현재까지 출시된 제품 중 전면 카메라가 500만 화소 이상인 모델은 85개이고, 대부분 중국과 인도 업체의 제품들뿐이다.

한편, 사용자의 스마트폰 경험에 있어서 음질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기업들이 대화면, 고화질 등 시각적 경험과 고급 소재, 그립감 등 촉각적 경험을 구현하는 데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음질과 같은 청각적 경험을 구현하는 데는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시각 및 촉각을 좌우하는 제품 사양은 수치화가 용이하고, 고객에게 드러내기 쉬운 반면, 소비자에게 청각에 대한 제품 사양을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오디오 품질과 기능을 중시하는 성향이 더욱 강한 듯하다. 지난해 구글은 중국 온라인 사용자 1천명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능 및 서비스를 조사했는데, 음악 감상이 두 번째로 많은 사용자들이 활용하는 기능으로 나타났다. 음악 감상(86%)은 인터넷(89%)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이메일(72%),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73%) 등보다는 10% 이상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함께 조사한 48개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미국은 68%, 한국은 74%에 그쳤다.

음향 전문업체 돌비(Dolby)가 ‘음질이 모바일 기기 구매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음질이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응답한 중국 소비자가 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74%, 한국은 72%, 독일은 70%의 소비자가 음질을 중요하다고 한 것에 비해 20%나 높은 수치이다.

이처럼 오디오를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의 성향에 초점을 맞춘 기업이 비보(Vivo)와 오포(Oppo)이다. 두 기업은 모두 오디오 기기, DVD 플레이어 등 음향 영상 기기를 제작하던 BBK(步步高)에 뿌리를 둔 기업으로, 기존 오디오 사업에서 확보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여성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 중 여성의 비율이 2011년에 15.5%에서 2012년 30%, 2013년에는 41%로 높아지고 있는데, 올해에는 50%에 이를 전망이다. 사용자 수를 보면, 여성 스마트폰 사용자는 2011년 4천만명 수준에서 2013년 1억 8천만명으로 늘어났는데, 연평균 증가율이 116%에 달한다. 반면, 남성 스마트폰 사용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11%에 불과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여성 사용자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특히, 두께는 스타일리쉬 디자인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여성용 스마트폰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오포의 경우 7mm 전후의 두께를 구현하는 데 만족한다. 다른 기업들이 6mm를 넘어 5mm수준까지 두께를 줄이는 것과는 구분되는 전략이다. 오포는 무작정 두께를 줄이는 것보다는 심플한 외관을 디자인하고, 감성적인 광고를 전달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목표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스타일리쉬 디자인 요소는 색상이다. 중국 스마트폰 매장을 가보면 가장 눈에 띄는 진열대가 있다. ‘두브(Doov, 朵唯)’라는 여성 전용 스마트폰을 표방하는 브랜드의 진열대이다. 2009년 설립된 두브는 여성의 60%가 여성 전용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데 긍정적이라는 시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처음부터 여성 전용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꽃송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두브의 분홍색 브랜드 로고에 ‘여성용 핸드폰(朵唯女性手机)’이라는 말을 써놓았을 정도이다.

해외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는 중국 기업들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2,400만대에 불과한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두 개의 글로벌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면, 한국의 16배가 넘는 중국 시장에서 등장할 글로벌 기업의 수는 몇 개나 될까? 쉽지 않은 예상이지만, 화웨이, 레노보, ZTE, 쿨패드 등 중국 1세대 기업 4개보다는 훨씬 많은 수의 글로벌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샤오미도 그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강점을 기반으로 2세대 기업들도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샤오미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거쳐 또 하나의 대형 시장, 인도에 진출했다. 오포와 비보도 동남아시아를 거쳐 최근 인도에 진출하고 있어서 스마트폰 시장의 관심이 인도에 맞춰지는 상황이다. 인도 현지에서도 화웨이, ZTE 등과는 다른 전략을 가진 기업의 진출이라는 점에서 2세대 기업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1세대 기업들이 가격대에 맞는 적당한 모델을 가지고 진출했었다면, 2세대 기업들은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를 가진 제품들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중국과 닮은 점이 많은 시장이다. 우선, 빠르게 성장하는 대형 시장이라는 점이 닮았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약 8천만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고, 향후 3년간 평균 성장률도 35%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현지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시장이라는 점도 유사하다.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을 보면, 마이크로맥스(MicroMax), 카본(Karbonn)등 인도 스마트폰 기업들이 시장의 44%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인도에 진출한 중국 2세대 기업들의 성공 여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지만, 인도 현지 기업의 대응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의 많은 기업들이 2세대 기업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처럼, 인도의 기업들도 중국 2세대 기업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다. 두 가지 관전 포인트 중 어느 경우이건, 중국 2세대 기업의 세그멘테이션 전략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들의 눈으로 본다면, 신생 기업의 세그멘테이션 전략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경고하고 있다.

지재호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