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MBC뉴스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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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그리드=김호성 기자] 70년 史 위기의 롯데그룹 국적논란

롯데그룹의 효시는 1948년 6월 신격호가 일본에서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한 데서부터 비롯된다. 그 뒤 한일국교정상화를 계기로 하여 재일교포의 모국투자로 1967년 4월에 롯데제과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국내에서의 기업 활동이 본격화됐다.

식품, 유통, 화학, 건설, 제조, 관광, 서비스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재계 순위 5위(2019년)의 종합그룹.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은 식품, 대형마트를 통한 유통업과 화학 사업이며, 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롯데쇼핑이다.

현재 재계 5위 기업 롯데는 92개 계열사에서 19만 명의 종업원이 일하며, 전 세계 27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롯데'라는 이름은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이 독일의 문호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애칭인 '롯데'를 따와 지은 것이다.

롯데지주(주)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로서, 주요 수입원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수익, ‘롯데’ 브랜드의 권리를 소유하며 사용자로부터 수취하는 상표권 사용수익, 소유 건물의 임대를 통한 임대수익이다.

1990년대에 롯데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전국 체인망을 완성했다. 또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홈쇼핑, 롯데지알에스를 시작으로 유통 · 서비스 · 건설 등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이 잇따라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펼쳤다.

2019년 3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롯데로지스틱스를 흡수합병하고 통합법인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출범했다. 통합법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 3자물류, SCM, 2PL, 항만하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물류회사다.

롯데그룹 지분구조
롯데그룹 지분구조

최근 일본 경제보복으로 국내에서 번지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불똥이 롯데그룹으로 확산되고 있다. 롯데가 유니클로와 아사히맥주 등 일본제품의 국내 판매에 앞장서며 지배구조 정점에 일본 기업들이 있는 일본 회사라는 목소리가 나오자 롯데는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본에서 창업한 롯데로서는 이 같은 국적논란을 해소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최근에 유니클로의 망언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외면을 철저히 받고 있다. 불매 기업 1순위에 오른 유니클로를 보면, 유니클로 한국법인 FRN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51%, 롯데쇼핑이 49% 지분을 나눠 갖고 있고, 아사히맥주를 파는 롯데아사히주류도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50%, 롯데칠성음료가 50%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실제로 불매운동 이후 롯데그룹의 시가총액은 2주 만에 1조 원가량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빈 회장의 오너 리스크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끝이 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에서 롯데그룹은 성주골프장을 사드부지로 제공하면서 중국으로부터 불매 운동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등에도 연관되어 있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의 역할이 중요시 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한국롯데의 지주체제 안착을 이끌고 일본과 연관성, 계열사들의 갑질횡포 논란, 총수일가의 경영비리 등에 타격을 받은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 경영비리 재판과 관련해 지난 10월 17일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70억 원의 뇌물(K스포츠재단 지원)을 준 신동빈 롯데 회장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위해 70억 원을 건넸다는 검찰의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여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고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혐의가 인정되면서 현재 해당 면세점의 특허가 취소 위기에 처해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친구사이?

최근 신동빈 회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돈독한 사이라는 점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과 아베 집안의 교류로 일찍부터 아베 총리와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특히 신 명예회장은 아베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도 오랜 인연을 맺고 있어 한일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협상을 막후에서 지원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은 신동빈 회장에게도 이어져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그의 중매를 맡았으며 결혼식에 당시 일본 총리였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전 현직 총리가 3명이나 참석했다. 이후 2015년 11월 28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시게미쓰 사토시 결혼식 피로연에 아베 총리가 하객으로 참석했다.

한편, 시게미쓰 사토시는 여러모로 자신의 정체성을 일본인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국적과 모국어, 개인으로선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었던 시게미쓰 사토시에겐 혼란스러운 국면이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롯데 입장에선 이에 대한 국민 정서를 어떻게 돌파하느냐를 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과연 오너 국적 이슈 등과 상관없이 롯데가 한국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다른 기업의 3세 경영과는 다른 측면에서 관심사이자 기업 운영에 있어서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 롯데그룹의 과제?

롯데는 현재 큰 숙제를 안고 있다. 한국 롯데는 제계서열 5위인 대기업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대한민국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2017년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대부분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했지만 롯데캐피탈·롯데건설·롯데물산 등 여전히 많은 계열사는 호텔롯데가 최대주주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가 1대 주주, 2대 주주가 일본 광윤사(5.45%)다. 롯데 지배구조의 한 축인 호텔롯데는 일본계 법인의 영향력 아래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롯데가 ‘무늬만 한국 기업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롯데그룹 임원은 이런 논란에 입을 다물고 있다.

사드 부지 제공 후 중국에 몰매를 맞을 땐 애국기업, 반일감정이 악화하면 일본기업, 롯데로서는 일본기업 프레임을 벗어 던지기 위해 했던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경제적 실질'을 따졌을 때 롯데가 한국 기업으로 인정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적 논란에 갇힌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오너일가인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모두 한국 국적자이다. 신동빈 회장은 2017년 10월 국내에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세우면서 일본 롯데와 지분 고리를 끊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신 회장 자신이 롯데지주 최대주주가 됐고, 지주사 아래로 계열사들도 모았다. 다만 일본 롯데가 99%의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주주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린다는 방침이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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