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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기신제-특별기고]최후의 죽음이 전사인가, 자살인가

노승석의 이순신의 窓

여해고전연구소장 | 고전 및 초서전문가, 이순신연구가. 국내 최초 난중일기를 교감 완역했고, 2013년 유네스코 ...

[이순신의 기신제-특별기고]최후의 죽음이 전사인가, 자살인가
  • 노승석
  • 승인 2019.12.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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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해석의 중요성

   이순신의 최후의 죽음에 대해, 후퇴하는 일본군과 노량 관음포에서 격전을 벌이다가 선미의 일본군이 쏜 탄환을 맞고 전사했다는 것은 이미 여러 문헌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그때“일부로 갑옷을 벗고 자살을 했다”는 자살설도 존재한다. 물론 전쟁 중에 갑옷을 벗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또한 선조의 불신과 당쟁의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자살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자살설의 근거는 무엇인가. 바로 숙종 때 이민서(李敏敍)가 의병장 김덕령에 대해 기록한 《김장군전(金將軍傳)》이라는 평전 내용이다. 그 내용을 보면, “김덕령이 억울하게 죽은 것을 본 여러 장수들은 저마다 자신을 보전하지 못할까 의심하게 되었다. 그 결과, 마침내 곽재우는 군대를 해산하고 떠나 화를 피했고, 이순신은 한창 싸우는 중에 투구를 벗고서 스스로 탄환을 맞고 죽었다(方戰免冑, 自中丸以死). 호남과 영남에서는 부자(父子)와 형제(兄弟)들이 의병이 되는 것을 서로 금하여 경계하였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특히 원문의 ‘스스로 자[自]’자가 문제가 되었다.

  먼저 면주(免胄·투구를 벗다)에 대한 해석을 보면, 이는 《춘추(春秋)》의 선진(先軫)장수 고사에서 나온 말인데, 장수가 죽기를 각오하고 결사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형용한 말로 쓰였다. 혹은 이를 문학적인 표현이라고도 한다. 윗글의 문맥에서는 이순신이 최후의 상황에서 죽기를 각오하여 투구를 벗고 결사적으로 싸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해석에서 논란이 있다. 죽기를 각오해 싸운 것으로 보면 전사가 맞는데, 원문의 ‘自’자에 의미를 부여하면 자살한 것으로도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고전을 수십 년간 연구한 학자들 간에도 이견이 있다. 대부분 원로 학자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결사적인 전투를 하다보니 탄환을 맞은 것, 즉 전사가 맞다”는 입장이고, 일부 신진 학자들은 “전후의 문맥을 볼 때 생각을 바꾸어 죽기를 각오하고 전투한 것이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라고 해석을 달리하기도 한다. 어쨌든 전체 문장의 맥락을 짚어보면 김덕령이 억울하게 죽었기 때문에 곽재우나 이순신도 달리 작심한 고의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고의성 때문에 면주의 주(冑·투구주)자를 갑옷으로 보고 이순신이 자살한 것으로까지 해석하게 된 것이다.

  한편 안방준의 노량해전에 대해 기록한 〈노량기사〉를 보면, ‘이순신이 죽었을 때 송희립이 이순신의 갑옷과 투구를 벗기고(解公甲冑) 자신이 이를 착용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것은 이순신이 죽기 전까지 갑옷과 투구를 착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미 이순신이 투구를 벗고 격전했다는 의미의 면주 내용과는 서로 모순이 된다.

  이민서가 이순신의 죽음에 대해 애매하게 기록한 내용이 그가 이순신의 명량대첩을 기록한 <명량대첩비(鳴梁大捷碑)>에서는 분명하게 순국한 것으로 되어 있다.

“진영에 임하여 운명하니, 마침내 몸을 바쳐 순국하였다(臨陣殞命 卒以身殉國)”

이뿐만 아니라 이순신의 죽음과 관련한 다른 기록에는 대부분이 “이순신은 적들의 화살과 총탄을 무릅쓰고 직접 나아가 북을 치다가 홀연히 탄환에 맞아 죽었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이순신은 노량해전에서 투구를 벗고 결사적으로 작전을 지휘하다가 전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본래 “면주(免冑)”는 전쟁에 참전한 역대 인물들의 문집에도 자주 인용되었는데, 이때 자살의 의미로 쓰인 예가 거의 없는 점도 참작해야 한다. 결국 위의 이민서의 면주 내용이 모호하여 중의적인 해석이 될지라도 면주만은 “결사(決死)”의 의미가 분명한 것이다.

 

글 : 노승석 여해(汝諧)고전연구소 대표(고전 및 초서전문가, 이순신연구가)

역서 : 《난중일기유적편》(여해, 2019)

        《교감완역 난중일기》(여해,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