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그리드=김호성 기자]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의료자문을 시행하고 있지만, 진료한 의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문의사의 의견만 인정 하는 보험사들의 행위에 대해 불만을 갖는 소비자가 많다. 실제로 관련 민원이 끝없이 쏟아지고 있다.

과잉·허위청구를 막으려는 불가피한 절차지만 보험사가 보험금액을 줄이거나 아예 지급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의료자문의는 환자를 실제로 치료한 의사의 진단이 타당한 지, 오류나 문제점이 있다면 그 의사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보험사가 이러한 절차 없이 진료도 하지 않은 환자에 대해 비용을 줘서 나온 익명의 의료자문의 판정만 무조건 100% 옳다고 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특히 보험사는 자문회신내용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 의사들의 개인정보 노출을 보호해준다는 명목 아래 보험계약자·피보험자에게 누가 자문의이며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보험 가입 전과 다르게 보험금 지급 시에는 ‘갑’이 되는 보험사의 결정만 노심초사하며 기다려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피보험자와 보험사 간 의견이 다르면 제3의료기관에서 재심사를 받을 수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또 금감원 등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금감원도 자신들은 해결책이 없다며 소송을 권한다.

보험사 입장에서 패색이 짙으면 수긍하기 보다는 소송(채무부존재소송 등)을 거는 사례가 많다. 소비자도 소송을 할 수 있지만 보험사를 상대로 일개 개인이 시간·비용을 들여 맞선다는 것은 너무나 큰 부담이다.

불공정한 관행으로 굳어져 보험금 지급 삭감·거절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의료자문은 불신의 온상으로 전락해 보험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흥국생명(대표이사 조병익)이 의료자문을 ‘컨설팅 전문회사’에 위탁을 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용약관에 명시되지도 않고 보험계약 당시 설명을 들은 적도 없는 의료자문을 의료전문컨설팅 업체에 하자고 보험 당사자에게 요구하고 의료자문 의뢰서의 동의와 위임의 강요에 거부하자, 직전에 강제한 의료자문 결과를 인용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비정상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흥국생명 (무)플러스Ⅱ건강보험을 가입한 민원인 A씨는 “흥국생명의 모든 보험의 이용약관에는 ‘의료자문’을 시행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는 허위사실로 자신을 기망했다”면서 “2006년에 출시한 흥국생명의 (무)플러스Ⅱ건강보험의 ‘이용약관’에는 의료자문의 시행이 명시되어 있지 않는데 강제적으로 의료 컨설팅회사에 의료자문을 하고 이를 토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흥국생명에서는 A컨설팅 이라는 회사에 의료자문을 의뢰하는데 해당 사는 각종 보험사고 및 의료사고, 산재사고, 교통사고와 관련된 의료자문 및 의무기록 분석, 번역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컨설팅하는 회사라고 소개하고 있다”면서 “이 회사는 의료법 제3조의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에 해당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이는 전문의가 아닌 컨설팅 전문가가 의료자문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흥국생명에서 질문과 답변 등을 모두 작성해 컨설팅회사를 빙자했거나 컨설팅회사에 수임료를 지불하고 명의만 제공 받았을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당한 결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고 격분했다.

이어 “A사는 흥국생명이 의도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수임료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경험을 통해 학습되어 있다”며 “흥국생명은 보험금의 부지급을 목적으로 의도적인 질문을 했으며, 판단과 답변을 제한함과 동시에 의사결정을 고의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흥국생명이 보험금을 특별한 이유 없이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치료가 장기화됨에 따라 정책적인 면에서 면책을 무리하게 시도한 것이며 이러한 업무행태는 신의성실 원칙상 용인될 수 없다”면서 “의료자문결과는 이용약관상 보험금 부지급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아니며 환자를 직접진료하지 않은 비전문가의 컨설팅 소견이므로 의료법상 진단서와 같은 효력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흥국생명 측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흥국생명 뿐만 아니라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삭감·거절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의료자문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대대적인 메스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금융감독당국의 전수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제보를 받은 바에 따르면 자문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이름만 바꿔서 보험사에 회신하고 있다. 자문을 많이 한 의사 내역을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엉터리라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왜 안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금감원 내에 ‘의료자문분쟁조정원’을 설치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 여기서 보험사 입김에 흔들리지 않는 의사를 선정하고 실질적으로 맞고 그름과 적정 여부를 판단해줘야 한다.

자문의가 진료의사가 뭘 잘못했는지 찾아내면 보험사는 그것을 가지고 주 병원 의사에게 이러한 부분을 확인 한 바 문제가 있다고 하니 이것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면 된다.

또한 자문의에 대한 통제가 요구된다. 자문소견서는 그 의사의 도장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자문병원의 직인을 찍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병원 측에서 의사의 자문에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2020년 1월 1일부터 보험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손해사정 제도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손해사실 확인 및 손해액 산정을 통해 적정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하기 위한 취지이다.

김호성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