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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窓]송구영신의 의미

노승석의 이순신의 窓

여해고전연구소장 | 고전 및 초서전문가, 이순신연구가. 국내 최초 난중일기를 교감 완역했고, 2013년 유네스코 ...

[이순신의 窓]송구영신의 의미
  • 노승석
  • 승인 2020.01.0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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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와 자제

  요즘은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는 의미에서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새해에는 잘된 일은 더욱 발전하고 잘못된 일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직은 음력설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설 전까지를 세모(歲暮), 세밑, 제월(除月)이라고 한다. 이러한 송구영신의 의미를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이순신은 과연 어떻게 느꼈을까.

  이러한 내용을 《난중일기》에서 찾아보면 12월의 일기가 있는 《을미일기》와 《정유일기》Ⅱ에서만 확인된다. 다른 일기에는 확인되지 않는다. 《을미일기》12월의 일기를 보면, 이순신은 부하 황득중과 오수 등이 청어 7천여 두름을 싣고 왔기에 이를 쌀과 교역하여 김희방의 무곡선(물물교역 선)에 계산해 주었다. 또한 아들을 통해 어머니의 안부를 수시로 전해 들었고, 부하들은 이순신에게 해상에 출몰하는 일본선의 상황을 수시로 전했다. 을미년 세모에 이순신은 거센 바람과 파도가 치는 삼천포 앞바다에서 보냈다.

   《정유일기》12월의 일기를 보면, 이순신은 모친의 상중에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온종일 부하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영암의 향병장 유장춘이 전쟁보고를 하지 않은 이유로 곤장 50대를 쳤다. 절도한 장흥의 교생 기업에게도 곤장 30대를 쳤다. 이때 선조는 이순신이 상중으로 육식을 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권도(權道)를 따르라는 명령서를 내렸다.

“ 통제사 이순신이 아직도 권도(權道)를 따르지 않아서 여러 장수들이 걱정거리로 여긴다고 한다. 개인 사정이 비록 간절하긴 하나 나라 일이 한창 다급하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전쟁 진터에서 용맹이 없으면 효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전쟁 진터에서의 용기는 소찬(素饌)을 하여 기력이 곤핍한 자가 능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법에도 경(經, 원칙)과 권(權, 방편)이 있으니, 일정한 법도만을 고수할 수 없는 것이다. 경(卿)은 내 뜻을 깊이 깨닫고 육식을 하여[開素] 권도(방편)를 따르도록 하라.”고 하였다.                                -《교감완역 난중일기》 12월 5일-

옛날에는 부모의 상중에는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예법이었다. 그러나 국가에 전쟁이 발생한 때는 전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이순신은 전쟁으로 모친상을 직접 치르지 못한 죄책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상례에 어긋나는 육식을 하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전쟁에 임하여 힘을 내기위해서 육식하는 것은 예외로 허용되는데 이를 개소(開素, 소식을 그키고 육식하는 것)라고 한다. 선조는 개소하여 권도를 따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순신은 모친상과 왕명의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며 비통함을 느꼈다. 충과 효 모두 중요한 것이기에 상제의 몸이 전쟁터에서 전쟁을 수행하지만, 마음은 오직 모친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그후 일기에는 이순신이 육식을 했다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논어》〈학이〉편에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이란 말이다. 인간이 근본을 알면 앞으로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인간사회에서는 뭇사람들이 공감하는 보편적인 가치의 기준이 되는 도덕성이 근본이다. 그러나 자본사회에서는 도덕성보다는 물질추구 위주가 되었기 때문에 도덕보다는 기회와 이익이라는 말이 앞선다. 그렇다보니 정도는 가려지고 오히려 표리부동한 이들이 정론을 말하고 왜곡과 변질이 시정되지 않는다. 《난중일기》의 해석내용 마저도 일본인의 오독을 재인용하는 폐단이 아직도 남아 있다.

   새해 경자(庚子)년은 흰 쥐띠의 해이다. 이순신의 주역점에 영향을 준 중국 송나라때의 상수학자 소강절(卲康節)의 주역점 이론으로 경자년을 풀어보면, 산천대축(山天大畜)괘가 나온다. 큰 하늘(乾) 위에 산(艮)이 있으니 거대한 하늘의 기운을 양괘인 간괘가 막고 있어 양기가 크게 모이는 상이다. 효사의 숫자 6을 적용하면 2효가 동(動)하니, 구이(九二)의 “수레의 바퀴살이 빠졌다(輿說輹)”는 효사가 나온다. 중(中)의 강한 힘을 얻어 멈추기 위해 스스로 바퀴살을 뺀 것이다. 이에 대해 횡거 장재(張載)는 “조급히 나아가지 않는 것이 중(中)을 자리잡는 것이다”라고 했다. 경자년에는 진취적인 경향을 보이는 일이 많겠지만, 오히려 급할수록 한발을 늦추어 자제하는 것이 이롭다는 의미이다. 이순신이 “먼 길을 가려면 오히려 천천히 가라”고 한 의미를 거듭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핵심어 : 송구영신, 세모, 진취적, 도리와 자제, 주역점

글 : 노승석 여해(汝諧) 고전연구소 대표(고전 및 초서전문가, 이순신연구가)
역서 -《난중일기유적편》(여해, 2019)
        《교감완역 난중일기》(여해,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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