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그리드=김호성 기자] 현대모비스 고위직 임원의 성희롱 논란이 새해 벽두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18년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 내부의 성추행 관행을 폭로한 이후 국내 여성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경험했던 성희롱·성추행 경험을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폭로하면서 이른바 ‘Metoo’(미투) 운동이 확산됐고 당시 현대자동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에서도 직장인 여직원 성희롱 사건이 폭로돼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현대모비스에서 지난해 말 한 상무급 임원이 성희롱 사건으로 내부조사를 받은 후 중징계(회사측 주장) 처분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2일 공공뉴스 보도에 따르면 회식 자리에서 러브샷 강요, 음담패설 등으로 수치심을 느낀 여직원들은 현대모비스 측에 성희롱 사건 신고를 했다. 그리고 B씨는 이날 바로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해 11월 중순 계약직 여직원 5명과 사업부장, 실장, 팀장급 임직원 5명 등 총 10명의 사업부 내 인원들은 회식자리서 벌어졌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참석한 사업부장 등은 여직원들에게 술게임과 러브샷 등을 권유했고, 새로 출근한 B씨 역시 술 권유 및 강요 당했다. 또한 과거 현대자동차 영업시절 현대차 본부장과 술자리를 했던 일화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몸 팔아서 영업했다”며 음담패설도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임직원들의 행동과 발언에 불편함을 느낀 B씨는 다음날 곧바로 사내 컴플라이언스 전담부서인 ‘힐링샘’에 회식 자리에서의 성희롱 사건을 신고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성희롱 사건은 아니며, 듣는 이에 따라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소지가 있을 수도 있는 발언이라 판단해 앞으로 비슷한 사안에 대한 미연방지와 경각심 부여 차원에서 징계한 사실은 있다”며 “전임 직원 송별을 위한 회식 있었고, 술자리 게임과 러브샷 권유 사실 없었으며, 영업시절 관련 언급하면서 관련 멘트의 음담패설 했다는 내용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담당자가 힐링샘에 신고를 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며, 해당 직원 미 출근에 따른 자체 조사 결과 일부 발언으로 시각에 따라 당사자가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징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성희롱 사건 가해자 5명은 관리자 직급인데 징계는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는 “자체 조사가 진행되었으며, 앞서 언급한대로 향후 비슷한 사안에 대한 미연방지와 경각심 차원에서 해당인원 징계하고, 같은 자리에 있었던 다른 직원들도 경징계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현대모비스가 고위직 인사들과 관련된 잇단 논란에 기업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사측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제보자의 주장에 대해선 “의도적 은폐 사실 없었다”고 강변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2018년에도 임원 성희롱 주장이 제기돼 뭇매를 맞았다는 점에서 또 다시 임원을 둘러싸고 불거진 성희롱 논란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2018년 8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어플에는 ‘모비스 성추행 제보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 왔다.

게시글은 “지난주 중국의 모 법인장이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투서가 들어왔다”며 “그 법인장 대체 인원이 물망에 오르며 해당 인사는 해고될 것으로 판단됐으나 주말 동안 사장이 투서가 무기명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며 그 모든 것을 틀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이와 관련해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2018년 8월16일 8월 2일자 소인이 찍힌 투서가 안양에서 보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투서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막연히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만 적혀 있었다. 사측이 해당 비서에게 확인한 결과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난 적이 없다’고 확인해 줬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에는 “현대모비스의 남성직원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했다”는 글이 작성됐으며 당시 작성자는 “친하게 지내던 현대모비스 남성 직원의 클라우드 내에 대중교통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한 영상이 있었다”며 “호기심에 촬영했다고 답했는데 호기심 치곤 양이 너무 많다”고 폭로했다. 이어 이 작성자는 “이런 사람이 회사에 잘 적응하는 것이 어이가 없다”며 “회사 측면에서 문책을 받을 수 있는가”라 지적했다.

2월에는 모 임원이 기아자동차 재직 시절 여비서에게 성(性) 스폰서를 제의했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해당 임원은 지난 2014년 기아자동차 재직 중 여성 대리에 지속적으로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여성에 “너같이 보잘 것 없는 여자는 위안부로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까지 입에 담은 것으로 전해져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작성자는 상무가 여성비서에게 스폰서 제의도 했다고 폭로했다. 제안을 넘어 해당 비서에 성추행을 시도했고 이러한 사실이 알려져 현대모비스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임원은 현대모비스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지속적인 성희롱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같이 2018년에도 성희롱 주장이 제기돼 몇 차례 뭇매를 맞았다는 점에서 또 다시 임원을 둘러싸고 불거진 성희롱 논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며 재발방지책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2018년 임원 성희롱 주장은 전혀 관련 사실 없었으며, 개인적 명예훼손 문제와도 연결되는 사안”이라고 밝히면서 “임직원 대상으로 성희롱 등에 대한 지속적인 사전교육과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으며, 시각에 따라 문제없을 수도 있는 앞선 사안처럼 향후 미연방지 목적으로 강력한 시스템을 적용 중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매체 기사에서 언급된 세부적인 내용은 대부분 사실과 다름을 확인하여 드립니다. 팩트와 다른 부분에 대한 기사는 개인적 명예훼손 문제와도 연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니,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고위 임원들의 일탈, 그것도 사회적으로 가장 지탄받는 성희롱 잡음이 잇따르면서 ‘윤리’를 강조한 기업 문화에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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