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지난 목요일 자사의 첫 회계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는 불황으로 요동치는 경기가, 이 소프트웨어 공룡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오라클은 8월말로 끝난 2009 회계연도 1분기에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53억 달러를, 순이익은 28% 증가한 11억 달러를 각각 달성했다. 소프트웨어의 총매출은 20% 상승한 42억 달러에 달했다.

핵심 성장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신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은 12억 달러였다.

데이터베이스 및 미들웨어 소프트웨어 성장세는 매우 강해, 신규라이선스 매출기준으로 27% 성장한 9억6백만 달러에 달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실적을 자세히 살펴보니 신규 애플리케이션 라이선스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오라클 애플리케이션의 신규 라이선스 매출은 1년 전보다 12% 하락한 3억31백만 달러를 기록했다.

오라클에게 애플리케이션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오라클의 DB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략 5년 전부터 ERP, CRM 등 다양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였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지 않자 거액을 들여 피플소프트, J.D 애드워드, 하이페리온 등의 애플리케이션 업체를 연이어 인수하면 시장 확대를 꽤했다.

이렇게까지 애착을 갖고 키워왔던 애플리케이션 매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이렇게 된 결론은 두 가지로 간단히 추측해볼 수 있다.

먼저 특정한 이유 때문에 영업을 동기에 비해 잘못했거나, 경기침체로 인해 신규 애플리케이션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어느 것이 맞든 오라클은 지난 회계년에 애플리케이션 사업에서 크게 부진한 실적을 거둔 사실만은 분명히 남게 된다.

이처럼 실적에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라클의 임원진들은 분기 실적을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오라클의 CEO인 레리 엘리슨, 공동창업자인 사프라 캣츠, 찰스 필립스 등은 재무 분석가들과의 텔레컨퍼런스에서 오라클의 비즈니스가 경기 불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어 “현재의 오라클의 위치를 매우 만족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엘리슨은 데이터베이스 및 미들웨어 영역에서 얻은 실적을 자랑했다. 미들웨어에선 판매가 35% 성장했다고 밝힌 엘리슨은 오라클이 IBM을 넘어서 톱 벤더가 됐거나, 여기에 거의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감한 질문들은 피해가는데 급급했다.

재무 분석가들이 경기불황이 오라클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표들을 관찰할 수 있다며, 특히 지난해 신규 애플리케이션 판매가 줄어든 것은 문제가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엘리슨은 지난해 마지막 분기엔 적어도 성장률이 올랐고, 이는 오라클의 애플리케이션 비즈니스가 상당한 모멘텀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캣츠는 올해 애플리케이션 판매가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2분기(현재분기)의 성장률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캣츠는 현재의 금융서비스 회사들의 위기를 언급하면서, 이 산업이 오라클의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낮은 한자리 수”를 차지한다고만 밝혔다.

또한 기업들이 IT지출을 줄일 경우 오라클의 판매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질문에, 오라클의 임원진은 지출을 줄인다면 기업들은 작은 벤더들로 부터의 구매를 줄이고, 핵심 공급자에 대한 지출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이번 경기 불황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정리하면 오라클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 모든 것이 좋고 아름다운 세상을 맞이할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민감한 질문은 대충 얼버무리며 직답을 회피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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