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없는 제품도 살릴 수 있는 힘이 바로 디자인이다

기업들의 로고를 전문적으로 디자인해 온 전설적인 디자이너 폴 랜드(Paul Rand)는 디자인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디자인은 말없이 당신의 브랜드를 대변한다(Design is the silent ambassador of your brand)’.

이 한 마디의 말로써 디자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디자인의 힘은 바로 경쟁력 없는 제품도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 것인가.
지난 2006년 영국의 유명 제품 및 패키지 디자인회사인 시모어파월(Seymourpowell)의 서울사무소장을 역임 후 디자인전문회사 (주)아이디센을 운영하고 있는 유명근 대표를 만나 제품과 패키지 디자인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보았다.

▲ 소비자의 주목성을 높이는 밝은 백색 패키지 칼라와 사슴 이미지를 모티브로 소문자 알파벳 g를 타이포 이미지를 활용하여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가치창출
아이디센 유명근 대표는 디자인업계는 물론 국내 유명 브랜드 기업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01년에 국내 소규모 디자인전문회사의 마케팅 총괄소장을 지낸 후 2006년 영국 시모어파월 서울사무소장을 지내면서 국내 굴지의 기업들 제품과 패키지 디자인을 맡아왔다.

이후 2009년 10월에 디자인전략컨설팅기업 아이디센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생각을 현실화하는 작업에 나서게 됐다. 디자인은 끊임없는 트렌드를 창출해야 하기에 스페인의 모르메디(Mormedi), 독일의 디자인잇(Designit) 등 해외 디자인컨설팅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디자인을 국내에 접목시켜 발전시켜왔다.

아이디센은 창립 초기부터 차별화된 디자인 컨설팅을 목표로 FMCG(회전율이 빠른 일회용 소비재)분야에서의 선두기업들과의 우호적인 인연을 유지해 오고 있다. 첫 인연으로 풀무원의 녹즙사업분야인 ‘풀무원건강생활(주)의 디자인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서비스 콘셉트의 일관성, 디자인의 질적 향상 및 원가절감을 통해 실질적인 크리에이티브 풀무원 녹즙 서비스 모델을 제안하여 대외적 이미지와 인지도 향상에 기여했다.
 

▲ 아이디센 유명근 대표
눈 뜨지 못한 국내 기업과의 시각차
영국 디자인전문회사의 선진적인 컨설팅 기법에 매료되어 벤치마킹을 통해 창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온 아이디센은 중국을 비롯해 국내외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나갔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당장의 아웃풋만을 기대하는 국내기업들의 디자인 컨설팅에 대한 시각 차이로 인해 어렵게 마련한 제안기회가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던 것이다.

국내의 기업들이 전략컨설팅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했으며, 근시안적으로 제품개발을 하고 있는 관행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유명근 대표는 새로운 돌파구를 구상했다. 그리하여 국내 유일의 디자인전략컨설팅 및 디자인개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디자인개발까지 병행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트렌드와 시장조사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컨설팅과 경험적 직관에 의존하는 디자인개발을 동시에 아우르는 전문가들을 찾을 수 없었다. 국내 수준에 맞지 않는 앞서가는 시스템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이다.
유명근 대표는 다시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고 국내에 맞는 사업모델로 기업들과의 시각차를 좁히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성공적인 사업모델 구축
끝없는 사업모델 구축을 위한 유명근 대표의 노력은 계속되었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접목시킬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CJ의 ‘투썸플레이스 포장재 디자인 프로젝트’가 그 것이다. 당시 프리미엄 Dessert Cafe로 거듭나기 위해 시작된 패키지 리뉴얼 프로젝트는 정통 유럽스타일로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새로운 케이크와 디저트 패키지 시스템 디자인으로 탄생한 것이다. 지금도 패키지 디자인은 일관성 있게 적용되어 진화를 거듭하고 사용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고 이후 새로운 클라이언트 농심을 만나게 된다.  처음 의뢰받은 프로젝트는 강글리오커피 패키지의 신규디자인과 오징어짬뽕 패키지디자인 리뉴얼이었다. 그 후 국민라면으로 불리어지는 신라면의 고급브랜드 '신라면 블랙'의 패키지디자인 리뉴얼을 담당했다. 유명근 대표는 농심과의 성공적인 사업모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독일의 파트너를 참여시키며 보다 전략적인 디자인 구축에 몰두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시장 출시 26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은 농심 신라면 패키지 디자인리뉴얼 제품은 탄생하게 됐다.

이어서 아이디센은 동원F&B가 영양 간식으로 출시한 ‘양반 스낵김 3종 신규디자인개발’과 ‘동원 알래스카 연어 캔 디자인 리뉴얼 전략제안’에 디자인 협력사로도 참여하게 된다.
성공적인 ‘신라면 블랙’과 동원F&B 디자인 리뉴얼 프로젝트를 완성한 후 유명근 대표는 자신이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얻게 된다. 바로 전략과 브랜딩은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전략을 수립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영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 고급스럽고 모던한 형태와 Black&White를 베이직 컬로 사용, Red컬러는 심플하지만 심심하지 않은 특색있는 디자인으로 실내에서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연상시킨 디자인이다

유명근 대표가 말하는 디자인이란?
전략적 사고와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아이디센 유명근 대표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보기 좋고, 쓰기 편하고, 제작비용을 크게 절감해 줄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초기 진입시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무엇인가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사고와 브랜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디자이너는 제품개발 단계부터 제품기능을 강조하면서 원가 절감을 진행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한된 범위를 넘어 타깃으로 하는 고객들의 소리와 현지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시장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제품개발 이전의 프로세스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유명근 대표는 충고했다.

아울러 많은 중소기업들의 상품이 품질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데도 제값을 못 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분명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 전략에 대한 인식과 투자에 대한 부족함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명근 대표는 “디자인 개발을 통해 상생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적 마케팅이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과의 협력 의지가 있는 만큼 아이디센을 찾아주기를 바란다”며 “아이디센과의 만남을 계기로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많이 탄생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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