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차 직장인 남성 박씨(33)는 요즘 극에 달한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미칠 지경이다. 직장상사의 압박과 과도한 업무량, 하지만 진급을 위해서 감수해야 되기 때문에, 말도 못하고 묵묵히 받아 들여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집에 들어가서도 그는 쉬지 못한다. 얼마 전 아이를 출산 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아이와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와이프의 은근한 눈치, 몸도 마음도 쉴 곳을 찾지 못해 가슴속에 쌓이기만 하는 요즘이다.

박씨는 이러한 현실이 그저 개인적인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여 지속적으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지 않고 계속 가슴속에 담아두었다. 지간이 지날수록 무언지 모를 억울한 마음이 자주 생기고 억울함은 어느 순간 분노로 변한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평소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사소한 일에도 얼굴을 붉히며 짜증내는 일이 빈번해졌다. 박씨는 이러한 현상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부에 원인 모를 붉은 반점이 자꾸만 생겨나서 결국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 보기로 마음먹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박씨는 화병이라고 진단을 받았다. 또한 피부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 진단을 받은 결과 스트레스성 건선이라고 진단받았다. 스트레스도 문제였지만 피부 증상이 계속 악화되는 것을 보고 도저히 이대로는 놔둘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단을 받았는데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닌 건선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건선이 잘 낫지 않는 난치성 피부질환이라는 얘기를 듣고 박씨는 더욱 마음이 심란해졌다.

화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마음속에 쌓이는 화(火)가 원인이 되는 신경정신과 질환으로 말로 표현되는 감정이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고 억눌려 쌓이면서 병이 되는 것이다. 화병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리적인 불안감이 상당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여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기 때문에 참고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박씨의 경우 화병이 건선질환의 원인이 된 케이스이다. 화병이 만성피부질환인 건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건선 전문 한의원 강남동약한의원 이기훈 한의학박사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스트레스를 받고 화가 날 때, 흔히 ‘열 받는다’라고 말 합니다. 또 ‘화가 머리 끝가지 치솟는다’거나 ‘속이 바짝바짝 탄다’고도 표현합니다. 실제로 얼굴이 빨갛게 되거나 체온이 올라가면서 수시로 더위나 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화병환자의 체열 측정을 해보면 가슴과 머리 쪽에 일반인들에 비해 높은 체온이 유지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실제로 몸속의 열(熱)을 비정상적으로 증가시키게 되며, 이로 인해 과도해진 열은 마치 불꽃이 위로, 그리고 바깥쪽으로 타오르는 것처럼, 인체의 상부에 위치한 머리나 얼굴, 가슴 쪽, 그리고 인체의 바깥쪽인 피부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특히 열에 민감한 건선 환자의 경우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피부는 물론이거니와 머리가 뜨끈뜨끈해지거나 얼굴이나 목이 자꾸 붉어지고 가려운 증상이 쉽게 나타나게 되며, 결국에는 건선이 악화되거나 새로 생겨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렇듯 화병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그에 따른 피부건선과 같은 합병증도 동반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참지 말고 그때그때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씨와 같이 화병과 건선 질환이 같이 생겼다면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해 강남동약한의원 양지은원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었다.

“화병으로 인해 머리나 상체로 열이 오르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한숨을 쉬는 등의 화병 증상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몸에 열을 내려주는 탕약과 함께 스트레스를 완화 시켜주는 생활지도를 조언하고 있습니다. 요가, 운동, 음악 감상, 반신욕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기름진 음식이나 술처럼 몸속에 열을 과다하게 공급할 수 있는 요소들을 줄인다면 화병과 건선 모두 호전될 수 있습니다.”

임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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