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보건소 주차장에 마련된 코로나검사 대기소. 사진 = 국제뉴스
제주시 보건소 주차장에 마련된 코로나검사 대기소. 사진 = 국제뉴스

[데일리그리드=한겨레 기자] 제주시 노형동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29일 오후 12시경 아이의 열이 38.5도가 넘는다는 연락을 학교로부터 전해 받았다. 학교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시급하다는 소견을 들어 직장에 양해를 구한 뒤 부랴부랴 아이와 제주시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오후 1시경 도착한 선별진료소. 안내에 따라 검사표를 작성하고 선별진료소 외부 한켠에 위치한 대기소로 향했다. 전날 제주에 첫 폭염주의보가 내린 탓에 진료소는 찜통을 방불케 할 정도 더웠다.

주차장 한 귀퉁이 위치해 있는 대기소는 햇빛을 가리기 위한 천막과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폭염을 대비할만한 시설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은 낮 기온이 33도를 훌쩍 넘겼지만 천막 안은 이미 열기로 후끈해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도 만만치 않았다.  이곳에서 짧게는 10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막막했다. 무엇보다 고열을 호소하는 아이의 건강이 우려됐다.

이는 실제 29일 오후 제주시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A씨의 사연이다.

지난 28일, 제주에는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이 때문에 3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고, 제주도는 8월 무더위를 대비한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홍보하는 등 건강관리에 유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냉방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대기소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올 여름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여름을 지내야 하기 때문에, 온열질환 발생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고령의 노인이나, 어린이, 임산부 등 고온에 취약한 이들이 코로나19에도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고열, 기침 등 감기와 흡사한 코로나19 증상으로 선별진료소를 찾았을 이들이 '찜통 대기소'에서 장시간 대기할 경우, 증상이 더 심해질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폭염 피해로 병을 얻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A씨는 "학교에서 제주보건소로 가면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아이를 데리고 서둘러 왔는데, 예약을 하지 않아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당황스럽긴 했다"라고 말하면서도, 예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자신의 부주의라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정말 화가 났던 것은 대기소의 시설"이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생각없는 행정"의 모습을 대기소 시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씨는 "오늘처럼 33도가 훌쩍 넘는더위 속에 이 천막안에서 30분이상을 기다린다면 오히려 이곳에서 온열질환이 발생할 것 같다. "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문제를 제기한 시민은 또 있다.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소에서 기다리던 B씨.
그는 "코로나 19 검사를 하러 왔기때문에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도 없는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러면서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잘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용해 보니 허술한 점이 너무 많았다"며 "심리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온 시민들에게 기계적 대응과 불쾌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며 불쾌함을 표했다.

대기소 안 온도가 너무 높아 아예 외부에서 대기하는 어르신도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선별진료소 옆 귀퉁이 그늘에서 검사를 기다리던 어르신이다. 검사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진료소를 찾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검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반드시 예약을 해야 기다리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 지금으로는 예약 말고는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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