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주당 100시간 넘는 노동 ‘을’ 위치
‘갑’ 병원이 고용 꺼려...의사수 늘리기는 미봉책

사진=집단휴진에 들어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뉴스1)
사진=집단휴진에 들어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뉴스1)

[데일리그리드=윤정환 기자] 대한의사협회는 7일 전공의 집단휴진에 대해 “일하기에도 바쁜 젊은 의사들이 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전했다.

의협은 이날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주당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전공의 노동은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였다”며 “지난 2015년 80시간 제한조치가 이뤄졌으나 다른 직종과 비교하면 비상식으로 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협은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긴 이유를 의사수의 부족에서 찾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이는 병원이 충분한 의사 인력을 고용하지 않거나 못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는 병원과 상급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철저한 '을'의 입장”이라며 “의사 2~3명이 해야 할 일을 전공의 한명이 해내는 믿기 힘든 환경이 수십년간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병원은 의사의 젊은 한때를 마치 일회용 건전지 마냥 '연료'로 삼아 기형적인 몸집불리기를 통해 저수가로 대표되는 모순투성이의 의료제도를 아슬아슬하게 우회하며 생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의사양성의 과정이 오직 대형병원의 생존을 위한 도구적 활용에 맞추어져 있는 모순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묵인하고 방조했다“고 호소했다.

의협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일회용 건전지로 잠시 활용하기 위한, 얄팍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수십년간 이어져온 모순을 강화하고 고착화시킬 것이 분명한 하책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료공백 우려에 대해 의협은 “젊은 의사들이 비운 자리는 교수와 전임의(전문의)들이 채우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당당하게 목소리 낼 수 있도록 조금의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오늘 하루는 우리가 책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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