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경제 원리를 알려주자

아직도 자녀들이 받은 세배 돈을, 잘 관리해준다는 명목 하에 꿀꺽(?)하고 있지는 않은가? 저축, 투자 등 돈 관리에 있어서 똑 부러지는 자녀로 키우고 싶지 않은가?
어린이 경제교실 등 효과적인 돈 관리 강의는 넘쳐나지만 실제 자녀들에게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다보면 막막함이 앞선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원칙 없는 용돈 관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우리가 닮아갈 수 있는 달인들이 있다. 자녀 용돈 관리의 달인을 만나보자.

어렸을 적 경험, 자녀 용돈 관리의 필요성 인식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 홍대입구역 가까운 골목 안에 위치한 (주)참미디어의 손진득 대표는 강록(중2), 지우(초5), 다우(초1), 이렇게 장남과 두 딸 등 세 자녀의 아빠이다.
손 대표 본인도 세 형제 중에서 막내로 자라왔고,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에서 용돈 없는 가정에서 성장하였다. 어렸을 적부터 용돈이 풍족한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성장하면서 용돈 부족으로 자주 부모님과 다투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손 대표는 “돈의 노예라는 생각을, 그 때 그 친구를 보면서 처음 했습니다. ‘돈을 더 주면 더 헤프게 쓰는 거구나, 어렵게 번 돈 일수록 더 귀하게 쓰는구나!’라고 어린 나이에 생각을 했고, 후에 자식이 태어나면 용돈을 주기 보다는 돈을 벌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하며 “평소에 돈을 벌기 위해 궁리를 하는 것이 어린 자녀들이 꿈과 목적을 가지기 쉬운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한 거죠. 용돈을 주지 않고 직접 돈을 벌어 쓰기 시작한 지, 큰 애 같은 경우에는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지금 주변의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사물과 세상을 바라볼 때, 비용과 금액을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관념이 다르고, 생각하는 크기가 다른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했다.

▲ 손진득 대표

예를 들어, 구두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어보자.
손 대표의 자녀들이 구두를 닦으면 500원을 벌 수 있다. 시간이 흐르고 자녀들에게 손 대표는 ‘세상에는 한 시간을 일해서 100원을 버는 사람과, 1,000원을 버는 사람, 그리고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10,000원을 버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어느 날 장남 강록이가 인터넷으로 공부한 후, 구두에 물광을 내는 방법으로 700원을 벌어갔다. 이 에피소드 보다 더 현실적이고 소름 돋는 어린이 경제 교실이 있을까?

위험한 물건이 아닌 이상, 자녀들은 원하는 것 무엇이든 살 수 있다!
손 대표는 “처음부터 현명하게 돈을 쓰지는 않았다. 지금도 막내 다우는 저축이 거의 없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만 생각하다 보니 항상 번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다.
반면, 지우는 악착같이 모으는 타입이다. 더 좋은 것을 사기 위해 모을 줄 알게 되었고, 돈을 모으는 재미에 빠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단계를 모두 마스터한 강록이는 효과적인 소비와 투자까지 생각하는 단계이다.
얼마 전에는 폴라로이드 즉석카메라를 구매했는데, 사진을 찍어서 동생들과 부모에게 판매까지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45,000원을 주고 구매했고, 사진 한 장당 1,000원에 판매 중이다. 벌써 몇 장을 판매하면 이익이 나는 지까지 계산이 끝나 있다.
자기의 예산 안에서 효과적인 돈 관리를 위한 실제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남을 해할 수 있는 BB탄 총 등이 아닌 이상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자기의 결정대로 구매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번 여름에는 가족과 괌 여행을 준비 중으로 '괌 여행 통장'까지 준비 했다. 현재 손 대표는 30만원, 강록이는 9,000원, 다우는 5,000원을 넣었고, 설 명절이 지나고 받은 새배 돈을 모두 넣을 계획이란다. 이렇게 준비한 여행을 다녀오면 그냥 가는 것과 다르지 않을까?

타인이 주는 것을 가벼이 여기지 않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아내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너무 돈, 돈 하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가장 큰 수확은 남들이 주는 것을 결코 가볍게 대하지 않는 태도이다. 새배 돈으로 1,000원을 받더라도, 자기가 버는 1,000원의 의미를 알기에 가볍게 받지 않게 되었다. 그 책임감이 좋다. 자녀들이 20세가 넘으면 3년 동안 나가서 살게 할 계획이다. 내보내야 빨리 배운다. 부모에 대한 감사와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손 대표는 말한다.

실례로 이번에 지우가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수리비 5만원이 들었는데, 악착같이 벌어서 손 대표에게 그 돈을 다 갚았다고 한다. 다른 자녀들이라면 쉽게 하지 못했을 행동이다. 아빠가 주는 돈, 5만원의 크기와 무게를 아는 지우가 된 것이 아빠에게 가장 큰 보람이리라.

소위 말하는 국영수는 본인이, 예체능은 아빠가 해준다.
보통의 부모들은 국영수 잘하는 자녀를 원한다. 국영수를 위한 학원과 과외에 많은 돈을 쓰지만 손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국영수는 자기가 터득하는 것이다. 학원만 다니면 응용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체능은 왜 하고 싶은지 잘 설명하면 무조건 보내준다. 그 중에서 피아노, 발레, 태권도 등은 우리 집에서는 필수 과목이다. 예체능과 먹는 것, 입는 것, 기본적인 학용품은 모두 아빠가 해주지만, 나머지는 본인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손 대표는 ‘돈을 버는 것이 사업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사업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강해졌고, 자녀들도 어렸을 때부터 돈을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정한 것이다.
모든 것을 아빠가 모두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성장하는 자녀들의 모습을 우리 아빠들은 원하는 것이 아닐까?
 
최근에 손 대표가 자녀들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았지만 한결같은 대답은 ‘용돈은 안주셔도 되요!’ 이였다. 벌써부터 자녀들을 인생의 사업가로서 성장시키는 손진득 달인 아빠의 모습을 닮아보도록 한다.

박선호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