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그리드=강민수 기자] 정부 R&D과제에 참여제한처분을 받은 연구자 23명이 버젓이 30개의 정부과제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처분자 과제수행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 R&D과제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조사는 NTIS(과학기술종합정보시스템)에서 확인가능한 과제정보를 기준으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각 부처에서 참여제한을 받은 연구자가 참여제한기간동안 신규 연구개발과제의 연구책임자로 선정한 경우를 분석한 것이다.

현재도 총 30개 과제 중 6건의 과제 수행 중이며, 24건 과제가 종료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처분을 받았음에도 2건 이상 과제를 수행한 연구자가 6명이 있었다. 특히 부산대 한 연구자는 연구비 부정사용으로 2번이나 참여제한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로부터 4개 과제를 수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처별로는 중기부가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과기정통부가 6건(미래부 1건 포함), 환경부 5건, 농촌진흥청 2건, 산업부·교육부·농림부·식약처·복지부·중기청에서 각각 1건씩으로 나타났다.

소속기관별로는 민간기업에서 15명의 참여제한 연구자가 17건 과제를 받았고, 부산대, 서울대, 고려대, 전북대, 건국대 등 대학에서 5명이 8건 과제를, 공공연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2명이 4건, 국립식량과학원에서 1명이 1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재일 의원은 “왜 이렇게 거르지 못하고 있나를 살펴보니, 부처 담당자 관리감독 부실도 문제지만 법제도에 허점이 여러군데서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와 공동관리규정 제27조부터 제27조의5까지에서 참여제한과 환수를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있는데, 정작 공동관리규정 제3조 적용범위에서는 정부출연연구소와 전문생산연구소에 출연금 기관사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둔 것이다.

이로 인해 참여제한을 받은 연구자가 출연연과 전문생산연 출연금 과제에 버젓이 참여하는 경우가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에서 관계부처와 기관에 제재정보를 통보하고 NTIS에도 등록하게끔 되어 있으므로, 부처의 담당자가 과제관리에 소홀했다는 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정부R&D 주관부처 과기정통부는, 내년 공동관리규정 폐지 및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시행에 들어가면 법제도의 허점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고, 현재 추진 중인 과제지원시스템을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해 범부처차원에서 제제정보가 실시간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변 의원은 “이번 조사는 NTIS로 과제책임자에 한정하여 한정된 기간을 조사한 결과이므로 누락된 것이 많을 것”이라며 “기간을 현재시점까지 넓히고 조사대상을 참여연구자와 출연금사업까지 확대한 실질적인 전수조사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현재 대다수 정부 R&D 과제는 부처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협약시 제출하는 서류에 과제참여제한 사실여부를 확인받고 있다.

하지만 과제책임자에 한정해 확인받고 있어 참여연구자들의 검증에는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전수조사를 실시해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제재를 받고도 과제에 참여한 연구자들 윤리의식이다.

변 의원은 “연구자 스스로 자기검열이 가능했음에도 죄의식 없이 참여해 대다수의 선량한 과학자들까지 싸잡아 비난받게 만들고 있다”며 “걸린 놈만 재수가 없을 뿐이라는 일상화된 윤리의식 부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느슨해질수록 국민들의 불신과 상실감은 커진다. 세금은 눈먼 돈이라는 사회풍토가 조성된 데는 정부가 많이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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