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 회화를 독창적인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금보성' 작가

문자로만 인식되어온 평면 문자인 한글을 회화적이고 그리고 조각적으로 재탄생 시키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금보성 작가는 지난 30여년간 한글에 색깔을 입혀 또 다른 상상력을 부여해 왔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한글 작가로 한국 고유의 언어인 한글을 초현실적인 회화로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영역을 구축해온 그는 44번의 이르는 개인전과 100여회가 넘는 그룹전과 아트페어를 통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초의 한글작가이자 인기작가로 명성을 쌓아왔다. 한국의 풍경보다 한국인의 정신을 그려내고 있는 금 작가에게 한글의 의미와 작품에 대한 해석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시인에서 한글회화의 거장이 되다
신학을 전공한 금 작가의 또 다른 이력은 어려서부터 시를 써오며 서른 전에 7권의 시집을 낸 바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시를 쓰면서 거기에 색을 올리는 시험을 하다가 한글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한글은 우리의 문화유산이자 정신이며 그리고 겨레의 얼입니다. 소중한 우리의 글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시인으로 출발해 한글회화의 거장으로 우뚝 선 그에게 한글은 종교이상이라고 말한다.

“저에게 있어 한글은 정신의 지주이자 문화의 지문, 그리고 미래문화성장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글을 너무나 사랑하는 금 작가는 그래서 그의 작업 영역은 그림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패션, 건축, 회화, 생활문화 등 다양한 연출을 통해 한글의 다른 모습들을 깨워내고 있다. 새로운 미술사조인 新 퓨전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다. 금 작가의 한글 회화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문자나 기호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물질에 관한 실험적이고 영역의 한계를 넘고 있다. “한글만큼 우수성이 뛰어난 문자는 없습니다. 가장 쓰기 쉽고, 가장 배우기 쉬우며 가장 풍부한 다양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로 이미 세계문자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상한바 있습니다. 인도의 텔루그 문자가 2위 영어의 알파벳이 3위를 차지한 문자올림픽에서 영어 알파벳은 26자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가 300여개에 불과한 것에 비해 한글은 24자로 약 8700여개의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문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뛰어난 한글의 가치를 미술과 접목시켜 새롭게 재해석하고 싶었다는 금 작가는 지난 1997년부터 1차원적인 화면으로 시작하여 최근에는 3차원적인 입체조형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 표현의 영역을 넓혀오고 있다.   
 
평면회화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데 노력
최근에 선보이는 한글 입체작품은 낯익은 이의 이름부터 주변 사람들의 이름까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으며 이름이 지닌 내적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며 마치 음양오행에 따른 기본 색조와 조형성으로 우주 만물의 생멸원리를 담아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정치인을 비롯하여 경제계. 교육계.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한글이름 작품을 컬렉션 하기를 원하는 것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할 때 자기 이름 작품을 남기고자 하는 특별함이 있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입소문을 타고 자신의 이름과 가족이나 지인의 이름까지 의뢰를 하여 특별한 기운을 받으려 한다.

이름 외에도 평소 좋아하는 단어나 사물의 이름까지 작품으로 주문제작하는 독창적인 명화(名畵)를 간직하려는 대중들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앞으로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소수민족의 언어는 점차 사라질 것입니다. 그 전에 한글을 회화적에서 탈피하여 조형작업과 건축적 요소로서 한글이 창조성 높은 예술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자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서양건축의 중심은 바티칸이며, 동양건축의 중심은 경복궁의 종묘라고 합니다.

또  세계적 건축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한옥인 조선 경복궁만이 아니라 신 건축으로 정신적 인 한글로  한글 건축물을 세우고자 한다. 한글회화 한글조형 한글건축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인도 소수민족으로 이 아름다운 우리말이 언젠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으로 보고, 색으로 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한글을 남겨둘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한글의 회화적 조형작업에 매진하게 되었으며 예술혼을 넘어 이제는 사명감처럼 금 작가의 삶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신진작가들에게 디딤돌 역할 해주고 싶어
현재 MBC 드라마 압구정 백야와 전설의 마녀는 물론 CF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는 평창동에 위치한 금보성아트센터. 그 앞에 마주하면 ‘창작의 수고로운 짐을 짊어진 자유로운 영혼의 쉼터’라는 글귀가 가장 먼저 눈길을 잡는다. 전시장 아래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스티로폼들과 금 작가의 손때 묻은 작업도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금 작가가 작품에 몰두하는 열정과 더불어 예술계 발전을 위해 항상 고민해온 그는 지금까지 520여명이 넘는 작가들에게 무료로 초대전을 열어주며 예술가적 길을 열어주고 있다. 신인 중견 작가를 지원하고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든 일을 하여야 보람이 크다는 금 작가는 아트센터가 작가들에게는 대안공간처럼 편하고 예술계에서는  허브적 역할과 디딤돌 역할을 충실해 해내고 있다. 또 국내 지자체 전시기획과 국내 아트로드 등 새로운 특화전시도 추진하고 있다. 문화가 소외된 군부대와 기업. 특수한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 직접 찾아가 상설 전시를 진행하며, 소도시의 갤러리나 미술관과도 전시협약을 맺어 지역 예술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한글을 요리하는 진정한 요리사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금작가는 자신이 요리한 작품을 함께 즐기며 공감할 수 있다면 그보다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 튜브에서 바로 짜낸 물감이 아니라 나름 고유한 색감을 얻기 위해 고심하며 배합한 물감으로 요리라고 표현하는 그에게 정말 멋있는 요리사 다운 포스가 물씬 풍겨났다.

“한글은 정신이자 미래입니다.” 그 어떤 말이 필요할까? 미국의 팝아트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 ‘LOVE’ 처럼 우리 한글의 기호화도 다양한 측면에서 잘 활용한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는 금 작가는 한글의 위대함을 알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우리나라를 하나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고리가 바로 우리의 말인 한글입니다. 남북관계를 보다 증진시킬 수 있도록 북한에서 전시를 개최해 보고 싶은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또한 후배 작가들이 마음 놓고 작품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그 디딤돌 역할을 해주며 오늘도 예술혼을 불태우는 그에게 진정한 예술 장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김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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