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BI 수사협조 거부한 팀 쿡 애플 CEO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버나디노에서 무슬림 부부가 총기를 난사해 1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FBI는 이들의 아이폰 교신 내용을 파악하고자 했으나 잠금장치를 풀지 못해 수사가 난항에 빠졌다.

아이폰의 6자리 비밀번호 조합은 최대 조합 수는 568억 개에 이르며 5번 틀릴 경우 다시 입력하기 위해 1분을 기다려야 하고 9번을 틀리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등 최대 144년이 걸릴 수 있어 일일이 암호를 풀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총격사건으로 촉발된 미 정부와 애플간의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범인의 휴대전화 잠금장치를 해제하라는 미 정부 요구를 사생활 침해를 내세워 애플이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애플의 최고 경영자 팀쿡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일은 하나의 스마트 폰이나 사건 수사를 뛰어넘어 수억 명의 데이터 안전과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테드 올슨 애플 변호인은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나 마찬가집니다. 지금 요구대로라면 애플은 앞으로 정부가 원하는대로 다 내줄 수 밖에 없다"고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등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애플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이번 사태는 대선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안보냐, 사생활 보호냐, 미 FBI와 애플의 자존심을 건 싸움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총기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를 둘러싼 연방수사국 FBI와 대표적 IT 기업 애플 사이의 힘겨루기는 사회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IT 계열의 기업인인 저커버그는 애플의 입장을 옹호한 반면, 빌 게이츠는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에 나선 트럼프도 가세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FBI는 아이폰에 보안 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뒷문인 백도어를 제작해 이번 한 번만 사용한 뒤 폐기할 것라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애플 CEO 팀 쿡은 수십 년간 지켜온 보안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했다.

그러자 애플이 있는 뉴욕 맨해튼에서 수사를 맡고있는 지역검사가 입장을 밝혀 논란 격화됐다. 애플이 휴대전화를 열어주지 않으면 어떤 범죄가 벌어진 것인지 증거를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법률전문 웹사이트 '로페어'에 보낸 기고문에서 "정부가 요청한 것은 '마스터키'가 아니라 수사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며  "수색영장을 바탕으로 (테러범의) 휴대전화를 손상하지 않고 사용자 암호를 추측할 기회를 얻으려는 것일 뿐, 모든 사람의 암호화를 해제하거나 마스터키를 풀어놓기 위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코미 국장은 "이번 사태가 기업이나 FBI 어느 한 쪽에 의해 해결돼서는 안 되며, 미국인들이 나서서 전례없는 일에 대해 어떻게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할 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애플이 법원의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 명령을 강제 이행하도록 연방법원에 정식 재판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IT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요구가 아이폰에 접근하는 뒷문(백도어)을 만들라는 의미이며, 고객의 개인정보를 위협할 수 있는 '판도라 상자'가 될 것이라며 법무부이 의견이 위험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자 보안업체 버트루 대표인 윌 애컬리는 "애플이 FBI에 협조해 잠금 해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경우 다시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며 "이 소프트웨어를 정부나 외부인이 단 한 차례라도 사용하면 애플의 보안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힌트를 얻게 되고, 앞으로 악용될 위험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 소프트웨어를 테러범 아이폰의 임시 메모리에 장착해 전원을 끄면 곧바로 삭제되도록 하는 등의 여러 조치로 소프트웨어의 악용을 막을 수 있다지만 실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수사당국이 아이폰에서 어떤 증거를 발견하면 증거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애플이 법원에 출석해 그 소프트웨어를 설명해야 할 수도 있고 판사가 피고인 측 변호사나 전문가들에게 그 소프트웨어를 검증하라고 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찌 돌아가건, 애플만이 휴대폰을 열 수 있는 암호키를 줄 수 있기 때문에 FBI는 보호장치를 우회해서 조사하기 위해서는 애플의 운영체계를 장착해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이번 논란은 양자간에 소송에 재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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