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CJ핼로비전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통신재벌이 방송시장을 장악해 콘텐츠 산업을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자 면피성 약속을 내놔 빈축을 사고 있다. 

또한 조성할 자금으로 콘텐츠 투자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받았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SK에 방송통신 독점화가 우려되는 인수합병을 자진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SK브로드밴드는 7일 CJ헬로비전을 합병한 뒤 3,200억 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를 만들고, 수익을 재투자해서 5년 동안 1,8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는 나왔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법인이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펀드 규모는 3,200억 원. 이 가운데 합병법인이 직접 내놓는 돈은 1,500억 원이며, 나머지 1,700억 원은 외부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는 투자 유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콘텐츠를 성공시킨 사업주체여야 투자유치가 가능할 것인데 SK가 그런 성공 사례를 가진 적도 없는 것이다.

또한 예상대로 수익이 나지 않으면 1,800억 원 규모의 추가 펀드 조성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8년 IPTV 출범 당시에도 5년 동안 5천억 원 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이행하지 않았다.

펀드의 사용처도 불투명하다. SK브로드밴드는 지상파와 제작사 등에 고루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투자 비율은 제시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합병 법인에만 독점 공급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한국방송협회는 SK브로드밴드의 콘텐츠 펀드 조성 약속이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내기 위한 '면피성 약속'이라며 합병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KT·LGU+, SKB 콘텐츠 투자 계획이 급조된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KT와 LG유플러스는 8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공허한 펀드조성 액수만 되풀이될 뿐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와 무관한 내용"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인수합병을 전제로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방송통신에 이어 콘텐츠 유통시장을 독점하려는 의도로, 결국 자사 미디어 플랫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합병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남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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