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추적 프로그램 돌려 추가 비용 강제 회수하며 고객과의 관계 단절

IT트렌드를 주도하며 국내 IT시장을 이끌었던 한국IBM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한때 1조5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매출은 3년전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매출은 계속 떨어져 지난해엔 8천억원 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매출 부진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란 의견이 많다는 점이다.

1967년 4월 설립된 한국IBM은 이후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 및 기업에 IT 제품 및 서비스 솔루션을 공급하며 우리나라의 초기 정보화에 기여했다. 이 회사는 그간 국내기업 대상으로 컨설팅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기관의 차세대 뱅킹 시스템 및 방카슈랑스 구축, 항공회사의 전 세계 항공 네트워크 구축, 제조기업의 자동화 시스템, 전략적 아웃소싱 및 운영관리 분야에 집중해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

한국IBM은 국내 IT기술 발전에도 공헌했다. 2004년 정보통신부와 파트너십을 통해 설립한 IBM 유비쿼터스 컴퓨팅 연구소는 텔레매틱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RFID 등 유비쿼터스 환경을 위한 기반 기술 개발과 기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07년 설립한 한국 소프트웨어 솔루션 연구소는 국내 기업들이 최신 기술과 솔루션을 지원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시장에서 IBM의 위상은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매출이 부진에 빠지면서 직원의 이동이 많아졌고, 인력감축도 이뤄졌다. 매출 부진의 이유는 IBM이 주도했던 하드웨어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서버 업계 선두였던 IBM의 분기 서버 매출은 몇년전까지만해도 40억~50억달러에 달했다.  그런데 2013년 30달러, 2014년 10억달러 대 매출을 기록하며 등 3년전부터 폭락했다. 국내시장서도 비슷한 매출 하락 추이를 보이며 어려움을 겪었다.

하드웨어 중 특히 메인프레임 매출의 부진은 IBM에게 악영향을 끼쳤다. 2년전 x86서버 사업부를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하드웨어 매출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메인프레임 매출이 매년 두자리수씩 하락한 것이 부진의 주요한 원인이다. 국내에서 한국IBM 메인프레임 매출은 분기에 10억원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신규고객 확보는 거의 없고 유지보수 매출이 대부분이어서 문제란 지적이다.

메인프레임 매출 추락 이후 IBM의 하드웨어 매출을 떠받쳐준 것은 유닉스 서버 사업이었다.IBM은 강력한 유닉스 서버 성능을 기반으로 하드웨어 시장을 확대했다. 그러나 2년전부터 유닉스 서버 시장이 붕괴되면서 IBM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반해 x86서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점점 늘어나는 블레이드 서버 역시 x86 기반이라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처럼  데이터센터 인프라 영역에서 전성기를 넘긴 IBM 자체 서버 아키텍처의 입지는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최근 몇년간 메인프레임보다는 유닉스가, 유닉스보다는 x86 서버가 시장에서 각광받았다. IBM 실적은 전반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었고, IBM은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반면 HP와 델은 일찌감치 유닉스 시장에서 x86 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HP와 델(Dell)은 인텔과 AMD의 x86 기반의 서버 프로세서와 윈도서버(Windows Server) 또는 리눅스(Linux) 등의 x86용 OS를 등에 업고 시장을 장악했다. x86 서버 사업부를 레노보에 팔아 넘긴 IBM은 이 시장에서 설자리를 잃은 상황이다.

영업 관행에도 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유통업체에 막대한 양의 물량을 재고로 떠넘기고 이를 매출로 집계해 왔는데, 몇년전부터는 본사에서 재고 관리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이 같은 관행이 불가능하게 됐다. 과거 한국IBM은 총판사에 재고를 떠넘겨 매출의 절반 가까이 충당해 왔다. 그러나 이런 관행이 사라지면서 매출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IBM의 영업 태도에 등을 돌리는 고객들도 많아졌다. 특히 2014년 KB금융 사태에서 보듯 상당수의 기업은 한국IBM이 언제든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고객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IBM을 경계하고 있다.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IBM은 몇년전부터 라이선스를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는데 이것도 고객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프로그램을 적용해 IBM은 계약 이상의 라이선스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을 적발해 추가분에 대한 비용을 요청했다.

고객들은 추가 라이선스 비용을 울며겨자먹기로 지불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비용을 쓴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이 정책이 발단이 되어 IBM과 관계를 끊고 경쟁사로 넘어가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결국 고객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데 실패하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조남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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