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성

  자고로 역사적인 인물이 위대한 이유는 그들의 학문과 덕행에 밑바탕이 되는 정신적 사고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간의 남다른 정신이 곧 모든 덕목에 절대적인 가치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孔子)는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리에 어두워진다[學而不思則罔]”고 하였다. 군자의 수양을 위해 아홉 가지 생각방법[九思]을 제시하기도 했다. 수양론자들이 항상 사색을 통해 참된 진리를 추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행한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이순신이란 인물을 본받기 위해서는 그에게서 무엇부터 배워야할까. 물론 장수로서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기 때문에 그의 전략을 먼저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은 뛰어난 명장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부모에게는 효자이며 임금에게는 충신이었다. 이점에서 단연코 인간의 도리를 중시한 그의 올곧은 정신부터 배워야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오랜 세월 다져온 공력의 산물이므로 그 가치는 무궁무진한 것이다.

   진리의 말은 말을 끝내도 그 의미가 다하지 않고 오래 남는다. 그 말에 시대를 관통할 만한 깊은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리의 의미가 담긴 이순신의 정신세계를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각자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세인들은 항상 경영전략, 리더십, 정신교육을 말할 때마다 이순신을 수식어처럼 쉽게 인용한다. 그것이 이순신의 내면의 깊은 정신세계를 간파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라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순신의 정신세계는 7년간의 전쟁 중에 극치의 경지를 이루게 된다. 평온하고 무사안일한 상태가 아닌 험난하고 위태로운 상황였기 때문에 위대한 지혜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억울한 모함과 핍박을 받았어도 부귀와 권력에 영합하기 위해 결코 자신을 속이지 않았고, 자신의 마음가짐을 더욱 정성되게 하였다. 이것이 바로 그가 강조한 나의 정성[下誠]이다. 이는 오랜 수양을 통해 절제된 삶 속에서 초극의 의지를 얻은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촉한의 정치가 제갈량은 “인간에게 있어서 충심은 물고기에게 연못이 있는 것과 같다. 물고기는 물을 잃으면 죽고 사람은 충심을 잃으면 흉해진다[人之忠也, 猶魚之有淵, 魚失水則死, 人失忠則凶].”고 하였다. 인간의 충심은 물고기의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러니 충심이 없는 사람은 머지않아 재앙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순신은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항상 충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매번 위기를 유리한 기회로 만들 수 있었다.

   고군분투, 억울한 옥살이, 백의종군, 모친 상중(喪中)의 출전 등 악순환의 상황이 반복되는 참담한 현실을 극복해 낸 이순신의 정신은 매우 고답적이다. 그것은 범인이 미칠 수 없는 경지에 든 것이기 때문에 항상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총탄과 화살이 빗발치는 전쟁 상황에서도 붓을 멈추지 않고 써내려간《난중일기》의 필체에는 지금도 그 충혼이 서려있다. 그 위대성을 이해하며 그 길을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금에 서 있는 자신을 성찰하며 변함없이 바르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글 : 노승석 이순신 전문연구가(증보교감완역 난중일기 저자)
 

노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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