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 김상욱 교수(한국과학기술원) 연구팀은 분자 간의 힘을 이용하여 나노 미터 수준에서 소재의 원하는 모양과 패턴을 제조할 수 있는 분자조립제어 원리를 기반으로 빛의 굴절률을 광범위하게 조절할 수 있는 메타소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빛은 공기나 물, 유리 같은 하나의 물질에서 움직일 때 언제나 똑바로 움직인다. 그러나 공기 중에서 빛이 움직이다가 물 등의 다른 물질을 만나게 되면, 경계면에서 빛이 나아가는 방향이 바뀐다. 이처럼 물질에 따라 정해진 고유의 굴절률은 빛의 진행속도, 흡수 등의 현상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이다.

▲ 새로운 메타물질을 제조하는 공정에 대한 모식도. 블록공중합체 분자제어조립 기술을 이용하여 금속 나노 입자를 형성한 후, 이를 수축 필름 위에 전사시키고 열을 가해 수축필름의 크기를 1/3가량 줄여 금속나노입자 간 간격을 줄임.
물질의 굴절률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빛의 움직임을 원하는 형태로 설계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는 LED 와 같은 디스플레이 내에서 발생하는 빛을 보다 효율적으로 나오게 하거나, 많은 양의 빛이 태양전지 내에서 흡수되게 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태양전지나 디스플레이 같은 광전자 소자에서 굴절률의 설계는 소자의 성능과 직결된다. 투명 망토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음의 굴절률의 신소재도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가 진행된 것이다.

음의 굴절률은 빛이 보통 물질에서 휘는 방향과는 반대로 휜다는 것. 2000년 미국 듀크대의 데이비드 스미스 박사팀이 음의 굴절률을 가진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굴절률은 일반적으로 특정 재료를 선택함으로서 결정되는 것이므로, 재료의 세밀하고 정확한 광학적 설계를 통한 굴절률의 제어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굴절률을 구성하는 두 요소인 유전율과 투자율을 적절히 조절한다면 굴절률도 조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연구에 착수했다.

▲ (좌) 수축공정을 실시하기 전 분자제어조립 기술을 통해 형성된 금속나노입자로 충분한 입자간 간격을 가지지만, 수축필름에 열을 가해 크기를 줄이게 되면 균일하게 (우) 매우 작은 사이 간격을 가지는 금속나노입자를 제조할 수 있음.
연구팀은 분자조립제어 기술을 통해 금속 나노입자간의 간격을 수 나노미터 수준으로 정밀하게 조절한 메타소재를 설계하였다. 이 물질을 통하여 가시광선이 5 이상의 높은 굴절률을 가질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증명하였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물질의 평균 1~2 정도의 굴절률에 비해 높다.

비가시적인 적외선이나 전자파 영역의 굴절률을 폭넓게 조절 가능한 메타 소재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기초 연구가 진행된 바가 있으나, 가시광선 영역의 굴절률을 광범위하게 조절하는 메타소재에 대한 연구는 국제적으로도 극히 드물었다.

이번에 개발된 메타소재의 금속 나노입자 간 간격은 5nm 이하로 균일하여 굴절률의 정밀한 조절이 가능하다. 굴절률은 유전율과 투자율의 곱에 제곱근으로 표현되는데, 이 두 변수 중 하나를 통제하고 나머지 변수를 조절한다면 굴절률의 광범위한 조절이 가능하다.

▲ 엘립소미터를 통해 가시광선/적외석 영역대에서의 메타물질의 굴절률 측정 결과로 특정 파장대에서 5이상을 보이며, 전체적으로 3 이상의 높은 굴절률을 광파장대에서 확인할 수 있음.
이번 연구에서는 분자조립제어 기술을 통해 나노미터 수준의 금속 입자를 형성하여, 투자율의 변화를 최소화하였고, 금속나노입자 간의 간격을 조절함으로써 전자장의 세기를 조절하여 다양한 굴절률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였다. 그리고 분자조립제어 기술을 통해 가시광선 파장보다 휠씬 작은 나노입자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굴절률의 조절 범위를 가시광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확대할 수 있었다.

특히 수축 공정을 통하여 매우 근접하게 배열된 금속나노입자의 경우, 매우 강한 전기장이 유도되어 가시광 영역에서 매우 높은 양의 굴절률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가시광선 영역에서 5 이상의 굴절률을 확보 가능한 이번 연구는, 넓은 파장대에서 광범위하게 물질의 굴절률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가시광선 영역대 빛을 활용하는 태양전지, LED와 같은 광전자소자 내 빛의 진행과 흡수 등을 조절함으로써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욱 낮은 파장대에서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면 보다 높은 해상도를 가지는 현미경, 반도체 장비 개발 등에 원천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욱 교수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태양전지나 LED와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뜻이며, 이는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초고배율의 현미경이나 초고해상도 반도체 장비 등의 새로운 과학 장비를 위한 아이디어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연구의 중요성과 의의를 밝혔다.

임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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