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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죽여주는 여자>포스터
최근 극장가에는 노인들의 삶과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죽여주는 여자”가 관심을 끌고 있다.
 
노령인구가 갈수록 증가하는 지금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얘깃거리들이 담겨 있어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화는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 ‘박카스 할머니’ 소영(윤여정 분)을 통해 우리 주변 소외된 이들의 삶을 담담히 풀어낸다.
 
소영은 죽여주게 서비스를 잘한다는 소문이 난 성매매 할머니다. 가난과 소외 속에 곧 죽어갈 노인들을 상대로 몸을 팔며 살아간다. 그러다 한 때 자신의 단골 고객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 노인으로부터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를 진짜 죽여주게 된다.

2.jpg▲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컷
“죽고 싶어. 나 좀 도와줘.” 주인공 윤 여사는 노인들에게 성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이른바 '박카스 할머니'이다. 그녀는 드링크제만으로는 낫지 않는 외로움과 질병, 절망에 지친 단골들의 부탁을 지나치지 못한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윤여정은 “자기는 자기가 죽고 싶었을 거예요. 이렇게 사시느니 그냥 가시는 게 낫겠다는 마음으로 죽였기 때문에 죄의식이 없었던 것 같아요.”라며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보내는 노년을 삶에 관심을 보인다.
 
외롭고 무기력한 시간보다 더 무거운 짐이 노인들에게 뭐가 더 있을까? 영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노년의 삶에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 질문을 던진다. 나의 노년은 어떤 모습이고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고단했던 70년 인생을 살아왔던 소영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것은 사회에서 차별 받는 ‘소외된 이웃’이다. 소영은 코피노 민호 외에도 다리 한 쪽이 없는 청년(윤계상 분), 트랜스젠더 티나(안이나 분)와 한집에서 살아간다.

1.jpg▲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컷
이들은 소영이 필리핀 아이를 데려왔을 때도,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아이와 놀아주고 돌봐준다.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아픔을 묻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는 이렇게 그들을 향한 동정이 아닌 각 개인의 삶을 인정할 수 있는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어딘가 소영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누군가의 인생을 그저 어둡게만 보지 않았다.

‘죽여주는 여자’는 늙고 병들어도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어 죽음을 택한 노인들과, 청재킷을 입고 젊은 시절 화양연화를 가슴에 품고 사는 소영의 인생이 그저 불쌍하다는 내용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매매신 등 파격적인 신에 과감하게 몸을 던진 윤여정, 다리가 없고 트랜스젠더를 사랑하지만, 언제나 밝은 인물을 연기한 윤계상, 실제 트랜스젠더인 안이나까지 현실적으로 작품을 그려내 관객에게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드에게 생각해볼 기회를 던진다.
최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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