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벌써 훈풍이 불어야할 4월말로 향하고 있었으나, 소빙하기가 시작됐다는 어떤 과학자들의 발견처럼, 제니퍼소프트의 김윤희 차장을 만난 장소인 인사동 저녁의 봄바람은 어깨를 움추러들게 할 만큼 아직 냉랭한 것이었다.


그렇게 찬 바람은, 흥선대원군이 한말 아들인 고종과 대립하면서 정사를 고민했을 운현궁의 담 너머로 활짝 핀 매화 가지를 흔들어 순백의 꽃잎을 두개씩 세 개씩 길 바닥으로 털어내었고, 궁의 담장 아래 간만에 마주선 김윤희 차장과 본지의 염보라 기자는 만남의 반가움을 몇 마디 인사말과 미소로 서로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지만 서로를 대하는 감정이 아주 낯설지 않았던 까닭은 앞선 두 번의 미팅이 서로에게 즐겁고 의미가 있었던 까닭이었으리라.


다소 서먹할 수 있었던 첫 번째 미팅에선 몇 가지 업계 공통의 얘깃거리로 대화의 실마리를 쉽게 풀어냈고, 두 번째 미팅에선 식사를 함께하며 일체의 포말한 얘기를 삼가했다. 그리고 이번 만남은 양사가 내달 진행할 APM 마켓 리서치를 사전에 조율하는 자리가 될 것이었다.


식사 전에 찾은 운현궁은 이름 모를 갖가지 봄꽃과, 봄꽃에 둘러싸인 고가가 서로 어울려 조선 한옥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느니, 벌써 한 세기를 넘긴 한말 시절에 열강의 고관대작들이 무시로 드나들며 조선을 탐했던 그 고약한 욕심도 대원이 대감이 거처했다는 노락당 추녀 끝에 모질게 걸려 있다가 이 봄 불어온 한줄기 산들바람에 산산이 흩어지는 듯싶게 보였다.


운현궁 근처에 위치한, 조선말 민씨 일가의 지체 높은 양반이 살며 한 때 인동을 호령했다는 한옥을 개량해서 만든 한 호텔로 자리를 옮겨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는 처음엔 주로 IT업계 현안을 화두로 삼았다.


“스마트폰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놀라운 것 같아요. 애플의 아이폰 열풍으로 열린 스마트 모바일 시대에 다수의 기업들이 다양한 사업거리를 고민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더 많은 일을 모바일로 하게되면, 이것을 기술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제니퍼소프트와 같은 IT벤더들에게 스마트폰은 바야흐로 새로운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엔 사람들이 데이터 사용량을 크게 늘릴 텐데요, 결국 이를 지원해주는 것이 IT시스템입니다. 그렇다면 시스템에서 돌아가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이나 기능 그리고 장애를 체크해주는 제니퍼소프트의 역할이 한층 부각되겠어요.”


김 차장과 염 기자의 스마트폰에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사실 불과 1년 전 만해도 스마트폰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지극히 소극적인 것이었어요.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스마트폰 열풍을 불러 일으켰지요. 그런 측면에서 지금 애플을 이끌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역량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한 때는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까지 겪었는데요.” 

 

김 차장의 말끝을 염 기자가 이어 받았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부상은 상대적으로, 혁신 기업으로 스스로 자처해왔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지요. 미래에 양사의 비즈니스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해요. 삼성의 경우엔 껍데기만 갖고 모바일 기기를 팔던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미리 알고, 벌써 오래 전에 소프트웨어나 인터넷서비스에 관심을 두었어야 했는데요. 아쉬운 점이 남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김 차장은 커피를, 염 기자는 녹차를 한잔씩 디저트 음료로 주문했다. 좋은 식재료를 썼는지, 두 사람은 차의 풍미가 꽤 좋다는데 동의했다.

 

김 차장과 염 기자의 대화를 지켜보며 커피를 마시던 필자도 대화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차를 리필해줄 것을 웨이터에게 요청했다.


“현재 APM 시장의 현안은 다양합니다만, 그 중 하나는 모든 애플리케이션이나 플랫폼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준다고 주장하는 엔드투엔드 방식이 옳은지, 아니면 특정 포인트를 집중해 관리해주는 솔루션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입니다.”


5월에 본지가 진행할 APM 마켓 리서치에선 시장의 규모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지만, 기술적 쟁점도 함께 다룰 예정이다.

 

데일리그리드 편집진은 다른 매체와 달리 APM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어, 논쟁을 정리하는데 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리서치에선 기술 흐름, 시장 포션의 변화, 벤더 간의 상호 경쟁 구도와 그들의 전략과 비전 등을 꼼꼼히 다룰 예정이다.

 

시장에서 벤더 입지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김 차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과거엔 머큐리인터액티브, 퀘스트소프트웨어, 프리사이즈 소프트웨어, 와일리, 컴퓨웨어, HP, CA, 베리타스 등 외산 제품이 초기 시장을 이끌었지만, 성장기인 지금은 제니퍼소프트나 케이와이즈, 엑셈 등과 같은 국내 벤더들이 시장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고 보면 됩니다.”


두 사람은 APM에 대한 대화를 더 이상 깊이 이끌지 않고, 서로의 최근 근황에 대한 얘기로 말머리를 돌렸다. 조만간 리서치가 시작되면 APM에 대한 얘기를 서로 한동안 지겹게 해야 할 것을 두 사람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임을 마무리짓고 호텔을 나와 종삼 전철역으로 향하던 세 사람은 민물장어 생물 3마리를 만팔천원이란 싼 가격에 판는 어떤 장어전문점에 함께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낙원상가 옆엔 근처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는 민물 매운탕 집이 있는데, 맛은 그렇게 좋지만 필자가 염 기자와 같이 간적이 없다는 말에 세 사람은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현실이 한 치도 벋어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가 쓰고 있는 시간과 공간을 즐겁고 유익하게 만들어야 서로 지혜롭다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관계하고 있는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즐겁고 유익하게 이끌 역량을 갖추는 것은 한 사람의 생애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며, 그렇게 되도록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을 해야할 것이다.


필자가 객으로 참석한 그날 저녁 김 차장과 염 기자의 대화는 즐겁고 유익한한  그런 수준에 가까운 것이었다.

 

<데일리그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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