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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석의

이순신의 창(窓)
한문학 연구를 35년간 했으며 전문번역가로서 다년간 고전번역을 해왔다. 난중일기의 교감학적 검토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최초로 난중일기를 완역했고,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난중일기 등재시 자문위원을 맡았다. 현재 이순신관련 문헌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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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窓]내산월(萊山月)은 누구인가의기(義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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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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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96년 9월 8일 이순신은 이날이 세조(世祖)의 제삿날이라서 새벽 조반에 올라온 고기반찬을 먹지 않고 도로 내놓았다. 자고로 국가나 조상의 기일(忌日)에는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예법이었다. 아침을 먹은 뒤 길에 올랐는데 감목관과 영광군수(김상준)를 만나고 국화 떨기 속에 들어가서 술 몇 잔을 들이켰다. 여기서 자연의 정취를 느낄 줄 아는 이순신의 문인적인 기상을 엿볼 수 있다.

  3일 뒤 이순신은 영광(靈光)에 갔다. 영광 군수(김상준)가 교서에 숙배한 뒤에 들어와 함께 이야기했다. 이때 영암에 머물고 있는 한양의 기생 내산월(萊山月)이 와서 만났는데 밤이 깊도록 술 마시며 이야기하다가 헤어졌다. 이 내용이 《난중일기》에 나오는데, 여기서 내산월이란 인물은 2004년에 필자가 처음으로 밝혀냈다. 조선사편수회에서 간행한 《난중일기초》에 “세월산(歲山月)”로 오독된 이유로, 그전까지만 해도 정확히 알 수 없었고 홍기문과 이은상도 세산월이라고 오역했다.

  세산월이란 이름은 문헌에서 확인되지 않는 인물로 입증되었다. 또한 친필 초고본 《난중일기》를 분석해 보면, 해 새[歲]자가 쑥 래[萊]자의 오독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내산월이란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문헌에서 확인되었다. 이춘원(李春元 1571-1634)의 《구원집(九畹集)》에 보면, 한양기생 내산월에게 준시[贈洛妓萊山月]가 있다. “스스로 예쁜 것만 믿다가 홍등가에 잘못 들었는데 천애의 땅에서 영락할 줄 어찌 알았으랴. 번화한 거리에서 한번 더럽혀지고 바닷가 꽃 속에서 부질없이 풍월읊네. 한 가득한 오주에서는 봄 풀이 푸르고 꿈 깨는 금곡에서는 석양빛 가득하네. 아름다운 얼굴 빌려오지 못하고 나이만 들었으니 붉은 촛불과 맑은 술잔 그대 어이하리오(自信嬋娟誤狹斜 豈知零落在天涯 塵埃一失城南道 風月空隨海上花 恨滿筽州春草綠 夢驚金谷夕陽多 韶顔不借年華晩 紅燭淸尊奈爾何)”

   위 시에서 “천애(天涯)”와 “해상(海上)”은 그 당시 내산월이  머문 영암지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허균이 지은 《성소부부고》18권〈조관기행(漕官紀行)〉에도 “내산월은 낙빈선(洛濱仙, 기생)과 함께 법성포에 우거하며 관아의 연회에 참석하여 관원들에게 술을 따르고 금가(琴歌)를 들려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같은 내용을 미루어 볼 때 내산월이 영암 법성포에서 관기로 활동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구전설화에 의하면 내산월이 평소 흠모해던 이순신에게 몇 차례 편지로 만나기를 청하고서야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젊은 시절에는 한양에서 지내다가 중년 이후에는 영암 법성포에 살았고 이순신이 거북선을 만들 때 많은 금괴를 바쳤다고 한다. 《난중일기》기록을 볼 때 이순신이 영암에서 내산월을 만난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 내산월이 그 당시 기생의 신분이긴 했으나 전쟁에 도움을 준 점에서 남다른 의기(義妓)이었음을 알 수 있다.

   글: 노승석 이순신연구가(교감완역 난중일기, 이순신의 승리비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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