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개방적 소통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민주적 원리에 따라, 국민의 의사를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집단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다수 국민의 인식이다. 

한편, 정책 결정 과정에서 민주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고 때로는 결정 과정이 표류하기도 한다. 해당 정책에 관여도가 높은 이해관계자들의 경우, 저마다 주장하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어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GMO 표시제이다. 2015년 12월, 국회는 정부, 업계, 시민단체 등의 합의된 의견을 반영하여 GMO 표시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관련 법률을 개정하였고 올해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표시제 확대가 시행되기 전부터 일부 시민단체, 유기농단체 등은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며 현행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표시제는 GMO 식품의 가공 과정에서 DNA나 단백질 구조가 완전히 파괴되는 경우에는 표시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으므로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정부가 예외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시민단체의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보다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GMO에 대한 막연한 우려에 편승한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세계적으로 GMO의 안전성은 입증되었으며, 우리나라는 미승인 GMO 식품이 국내에 유통되지 않도록 「식품위생법」에 근거하여 유전자변형 식품의 안전성 심사를 의무화하여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한, 유전자변형 DNA 및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잔류하지 않는 가공식품에 대한 시험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과학적 범위에서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GMO 관련 정책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행된 제도임에도 정부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년도 농진청 국정감사에서는 “GM 기술확보와 활용의 최고기관인 농진청이 대표성이나 전문성도 확인되지 않은 지역의 한 시민사회단체와 협약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GMO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대한 질의를 통해 "정부가 정책 수립 시 과학기술 전문가보다 시민사회단체에 더 귀 기울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의 핵심은 주체의 다원화, 다양한 참여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균형이다. 이러한 균형을 만들어내는 중심은 정부에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되,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정책 결정 과정의 혼란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장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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