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있는 50대 남성이 직장에서 사고로 사망하자 원고(내연녀)가 유족보상금 등을 받기 위해 검사를 상대로 사실상 혼인관계 존재 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법원은 망인의 법률상 혼인관계가 협의이혼으로 해소된 이후부터만 사실혼관계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일부청구를 인용한 판결을 내렸다.

2010년부터 50대 여성 A씨와 사실혼관계를 해온 50대 남성 B씨(망인)가 2016년 9월 직장에서 지게차 후미에 부딪치는 사고로 사망했다. A씨(원고)는 B씨와 2010년경부터 2016년 9월 29일까지 사실상 혼인관계를 지속해왔다고 주장하면서 유족보상금 등을 받기 위해 검사를 상대로 이 기간 동안 사실혼관계존재의 확인을 구했다.

재판부는 “2015년 12월 16일부터 2016년 9월 29일까지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존재함을 확인한다, 원고는 2010년 10월 15일자로 같은 빌라에 전입신고한 이래 망인과 동거하면서 같은 주민등록을 유지해온 사실, 망인은 자신의 급여를 모두 원고에게 맡기고 각종 신용카드를 발급해 원고에게 교부해 원고가 생활비로 사용하고 공과금, 보험료 등을 납부해온 사실, 망인은 원고 및 원고의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이들의 가족모임, 식사 등에도 참여한 사실, 원고가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거나 피보험자가 망인인 보험 등을 가입하면서 관계를 ‘부부’라고 기재한 사실 등은 각 인정된다”면서도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망인이 소외 B와 2015년 12월 16일자로 협의이혼을 하기 전까지 그들 사이에 이혼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거나 그들 사이의 혼인관계가 사실상 해소된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봤다.

중혼적 사실혼은 원칙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도중에 법률혼이 이혼된 경우 그때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거나 법률상 배우자 사이에 이혼의사가 합치되고 사실상 혼인관계가 해소되어 법률상 이혼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사실혼 배우자에게 보호를 줄 수 있다. 실제로 사실상 이혼한 법률상의 처와 부양 받던 여자가 있는 경우 부의 사망으로 인하여 지급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보상일시금의 수급권자는 사망 당시 부양되고 있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여자라고 판시한 사안도 있다.

법무법인 명경(아이사랑변호사닷컴)의 임희정 변호사(39·사법연수원 42기)는 “무효에 해당하는 근친간의 사실혼, 단순한 동거, 중혼적 사실혼의 경우 원칙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며 “중혼적 사실혼의 경우 예외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거나 법률상 배우자 사이에 법률상 이혼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라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혼 관계에 있던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였더라도, 현재적 또는 잠재적 법적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 한 그 사실혼관계존부확인청구에는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며 “관련 법률을 잘 아는 가사전문 변호사와 함께 사건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장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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