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C 전문기업이며 축제포털인 ‘더 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있는 르씨엘미디어. 이 회사의 서정선 사장(사진)은 업무 시간을 15분 단위로 쪼개 쓴다.

15분 안에 일 처리를 끝내거나, 길어지면 그 두 배인 30분으로 늘려 시간을 이용한다. 이처럼 서 사장은 촌각을 다투며 매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집무실을 방문했을 때 서 사장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지난 10월 초 개최된 ‘낙동강 문화 대축제’의 진행 현황을 살피는데 분주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행사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

촌각을 다툰다” 15 단위로 업무시간 쪼개

대한민국 최대 문화 축제인 이 행사에서 르씨엘미디어는 정보시스템을 제공하며,주요 행사를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서 사장도 낙동강의 발원지인 태백 황지연 연못까지 가서 채수식에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눈으로 직접 봐야 진행 현황과 개선책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직접 발로 뛰며 현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상황 판단을 명확히 내리는 게 서 사장의 업무 스타일이다. 현장을 좋아하니, 시간을 쪼개 쓰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됐다고 한다.

서울대학교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서 사장은, 기계공업의 선두주자이던 대우중공업에 엔지니어로 입사해서 일을 했다. 이후 80년대 최고의 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했던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삼성전자 휴렛팩커드(HP) 사업부로 자릴 옮겨 IT산업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당시는 기계공학 관련 업종이 공학전공자에게 크게 각광받던 시절이었다. 그가 이처럼 보장된 미래를 뒤로하고 IT로 선회한 까닭은, 정보의 부가가치를 산업에 접목한 인포메이션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삼성에서 IT업계 첫발트렌드 읽은 소중한 경험

서 사장은 삼성HP 시절, 국내 기업의 정보화 사업을 주도하고 전반적인 IT의 흐름을 읽는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됐다고 한다.

“당시 워크스테이션 기반으로 한 업무 애플리케이션이 기업에 적용하는 일을 했습니다. 삼성전자에 제조공정자동화, 품질관리자동화 등 현장 업무에 필요한 정보시스템을 직접 구축했어요.”

“80년대 후반 들어선 후선에서 기업의 업무를 지원하는 강력한 도구로써 RDBM, CS, 유닉스 등이 전산실에 배치됐습니다. 이 때부터 IT 없는 기업의 성장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시대로 들어선 겁니다.”

1993년 AT&T로 자릴 옮겨 디지털전자통신과 이동통신 시장 확산에 주력했던 서 사장은, 1998년 한국쓰리콤에서 인터넷 시대를 맞게 된다. 쓰리콤에선 모뎀, PCMCIA, 랜카드, RAS 등 인터넷 보급에 필요한 장비를 국내에 공급하며 인터넷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융합의 시대 도래유무선 통합 비즈니스 활성화 주목

이후 알카텔 등을 거쳐 네트워크 업계의 트렌드에 관심갖던 서 사장은 이천년대 중반부터 통신 및 방송 업계서 주목받던 ‘융합’이란 키워드에 집중한다.

“이 때 통신과 방송의 융합, 음성과 데이터의 융합, 무선과 유선의 융합 등 융합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세가지 트렌드 중 유무선 융합을 비즈니스 모델로 선택했지요.”

이렇게 사업 아이템을 낙점한 서 사장은 2007년 르씨엘미디어를 설립해 유무선 융합을 지원하는 FMC 솔루션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해외 사업파트너와 실시간 소셜커뮤니케이션을 하던 서 사장은 인도로 출장을 떠나는 임직원들와 미팅을 갖고 출장 일정을 점검하고 독려했다.

인도엔 FMC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는 현지 파트너가 있다. 정기적으로 파트너를 방문해 기술협의를 긴밀히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전화를 스마트폰에서도 끊김없이 쓸 수 있게 지원하는 FMC(Fixed Mobile Convergence) 솔루션은 이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FMC 솔루션 직접 개발최고 기술력 확보

이 회사의 FMC 제품인 유모빌리티(uMobility)는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사용자가 Wi-Fi망과 셀룰러망을 이동할 때도 끊김 없는 음성통화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모바일 기기 사용자 통화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통신비 절감. 유모빌리티를 적용하면 외부에서도 기업의 사내전화와 동일한 다이얼플랜으로 스마트폰 통화가 가능하다. 유모빌리티는 Wi-Fi망을 통해 인터넷전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Wi-Fi망 밖에서도 구내전화 연결방식인 IPT로 통화할 수 있어 기업의 통신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경쟁 솔루션과 차별점은 무엇일까?

몇 가지 기술적 난제로 인해 완전한 의미의 FMC 솔루션은 얼마 전까지 국내에 없었다. 지금은 유모빌리티 등장으로 진정한 FMC 구현이 가능케 됐다.

“통신사업자의 FMC 확산의 발목을 잡은 두 가지 기술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먼저 WiFi 구간을 벗어날 때 발생하는 통화 단절의 문제, 다음은 다양한 스마트폰 단말을 지원하지 못했습니다. 유모빌리티는 이 두 가지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했습니다.” 

기업 모빌리티 업무 확산 주목 “시장 만개할 것”

“유모빌리티 제품은 산업별 요구사항이나 전산 환경에 맞춤 기능이 최적화돼 있습니다. 기술력이 우수한 것으로 외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대형통신사업자나 세계적인 IPT장비업체 등 대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 시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밝힌 서 사장은 태동 단계인 국내 FMC 시장이 내년부터 활짝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은 곧 만개할 것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기업의 모바일 업무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전망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 “모빌리티 환경에서 업무생산성을 높이고 통신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업들이 FMC 도입에 관심이 높고, 일부 선진 기업들은 솔루션을 이미 도입해 잘 쓰고 있습니다.”

르씨엘미디어는 통신사업자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유무선 통신장비업체와 파트너십을 확대해 FMC 시장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채널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등 맞춤형 시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IT 한류 확산 기여할 터”

서 사장을 만나보면 마음이 푸근하다. 모난데 없는 성품의 충청도 사람인 탓도 있지만, 차분한 눈빛과 단단한 체구에서 나오는 안정된 중음에서 당기는 말투가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경륜있는 IT 경영자들에게 느껴지는 거만함이나 겉멋도 그에게선 찾아 볼 수 없다.

이런 소탈한 성품 때문일까? 서 사장은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한류문화의 세계화를 IT로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축제포털도 구축한 것입니다. 우리의 역할을 더 확대하기 위해 문화 분야의 인재들을 꾸준히 만나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느냐고 물었다. 이번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늘 변화했기 때문에 나도 그리고 내가 속한 조직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가인 내게 풍족함이나 안락함은, 즐겨야 할 대상이 아닌 경계의 대상이었습니다. 또한 ‘한가로움’은 미뤄둔 후 따라야할 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데일리그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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