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與黨도 브리핑과 간섭으로 사건 본질을 호도 하거나 무마하려 들어선 안돼'

 

지난해 3월 촛불 시위 진압을 위해 작성한 비상 계엄 검토 문건을 놓고 국방장관과 기무사 장교들이 국회에서 대놓고 입씨름을 벌이는 추태를 보여 파문이 일고 있다.

그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계엄 문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특별수사를 지시한 사안을 놓고 이석구 기무사령관 등은 송영무 국방장관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송 장관은 이를 반박하며 군 창설 이후 국방장관과 그의 부하들이 진실 공방을 벌였다.

군 창설이후 군대는 국민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유혈 통치를 감행했었고,불법시위를 진압한다는 핑계로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등 군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흑역사의 트라우마가 있다.

하루가 다르게 시시각각 급변하는 정세속에서 군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도 모자랄판에 국가 최전선 안보집단의 군 최상층부가 서로 “거짓말”이니 “소설”이니 하며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걱정이 앞선다.

송 장관이 지난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계엄 문건을 보고받아놓고도 4개월 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실책이다.

송 장관은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을 청와대에 늑장 보고한 데다 ‘대비계획 세부자료’까지 늦게 제출하는 중대한 판단착오를 잇따라 저지른 것은 군의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기무사의 자기 회피성 송 장관에 대한 공개 반발 또한 인정 할 수 없는 행동이다.

기무사가 밝힌대로 송 장관이 이 문건이 문제가 있다고 하든 아니든 탄핵정국 때 국회의원을 잡아들이고 언론을 통제한다는 쿠데타수준의 문건을 작성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군 본연의 역할을 한창 벗어난 행동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커녕 이제 와서 이 문건은 불법이 아니다, 송 장관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 일탈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파문의 핵심은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3월 군이 12·12 쿠데타와 같은 헌정유린 행위를 기획하고 준비했다는 것이다.

국민을 호도하고 국가 질서를 어지럽힌 문건 작성의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이 작심하고 온 국민이 지켜보는 국회에 출석해 군 경력과 명예 운운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진실 여부를 떠나 기강으로 죽고 사는 군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낯 뜨거운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유사시에 어떻게 이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있단 말인가. 안심 보다 걱정이 앞선다.

국민의 안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서로 총질이나 해대는 시대착오적인 거짓 공방으로 계엄문건 사태의 본질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지금은 기무사 계엄 문건과 군 개혁에 집중할 때다. 송 장관과 기무사 간 공방으로 계엄 문건의 진실과 군 개혁의 당위성이 흐려져서는 안된다.

앞으로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안은 특별수사단에 맡겨야 한다.

수사단이 압수수색과 소환조사에 착수해 계엄 문건의 작성 경위와 목적, 그 내용의 위법성 등을 엄정하게 따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축소·은폐하는지도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은 수사 방향을 정하는 듯한 브리핑과 간섭으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거나 무마시키려 들어선 안된다.

국민이 알고자 하는 사실은 간단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방부가 실제 실행을 염두에 둔 계엄을 검토했는지, 그리고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규명하자는 것이다.

군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기무사의 기능 뿐 아니라 무너진 군의 기강을 바로잡고 군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는 ‘국민의 군대’가 될 수 있도록 해체 수준으로 개혁 해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상황을 대비하는데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2018년도 국방예산이 43조 1,581억원으로 국가 한해 예산 447조원의 10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안보는 대한민국의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만큼 국방부의 군의 총수인 송 장관과 기무사는 국민의 안전과 국방안보 태세를 얼마나 충실히 수행해 왔는지 묻고 싶다.

국방부는 일반 행정 부처와 달리 계급과 지휘계통이 중요한데 하극상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하극상의 민낯을 보여준 기무사도 문제지만 군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 국방부 장관의 책임이 더 크다.

‘식물장관’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장관의 리더십이 손상된 상황에서 국방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름지기 공직자는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잘 알아야 한다. 의자가 불편한 자리에 연연해하며 밥그릇을 지키려고 할수록 개인 뿐 아니라 그 조직도 국가도 불행해진다.

송 장관은 진정으로 군의 명예를 지키고 군의 개혁을 원한다면 더 이상 인사권자의 판단에 부담을 주지 말고 자신의 거취를 지금쯤은 결정해야 할 때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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