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그리드=장영신 기자] 국립극장은 오는 10월 3일(수)부터 7일(일)까지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15주년 기념작 연극 ‘백치’를 달오름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장과 대전예술의전당이 2017년 맺은 ‘상호 교류협력 협약’에 따라, 지난 9월 7일부터 15일까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초연한 ‘백치’를 2018-2019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작품으로 연이어 선보인다.

국립극장은 2017년 상반기,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전국적 확산과 지역극장과의 새로운 협업 모델 구축을 목표로 대전예술의전당, 울산문화예술회관과 각각 업무 협약을 맺고 공동 프로그램 구성을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6월 국립무용단 인기 레퍼토리 ‘향연’을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공연했고, 이번에는 반대로 대전예술의전당이 제작한 ‘백치’를 국립극장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 제작한 작품을 지역극장에서 초청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전과 서울 공연을 함께 추진하며 지역극장 제작 작품을 서울에서 연이어 공연하는 시도로서 주목할 만하다. 서울 국립극장과 지역극장 간의 새로운 교류·협력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극 ‘백치’는 대전예술의전당이 2005년부터 이어온 ‘자체제작 연극 시리즈’의 열세 번째 작품이자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15주년을 기념하는 야심작이다. 대전예술의전당은 이성열․박근형․최용훈 등 이 시대 최고의 연출가들과 함께 셰익스피어․체호프 등의 고전을 재해석한 명품 연극 레퍼토리를 개발해 왔다. 이번에는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치’를 선택했다. ‘백치’는 진실하고 순결한 한 인간이 탐욕과 위선으로 일그러진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결국 모두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비극을 그린 작품.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 가운데 가장 서정적이라 평가 받고 있으며, 작가 자신이 가장 사랑한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강렬한 이미지와 섬세한 심리 묘사,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무대 연출로 인정받아 온 중견 연출가 박정희는 1천 페이지가 넘는 원작을 약 두 시간 반 분량으로 무대에 옮겼다. 각색은 현실의 부조리를 위트 있게 그려낸 ‘그게 아닌데’와 카프카의 ‘성’으로 주목 받은 이미경 작가가 맡았다. 여기에 최영주 평론가가 드라마터그로 가세해 원작의 매력과 현대적 의미를 고증하는 데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작품을 위해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도 뭉쳤다. 2016년 대전에서 연극 ‘오셀로’로 박정희 연출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배우 이필모와 김수현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이필모와 김수현은 각각 순수함을 상징하는 ‘미쉬킨’, 탐욕과 욕망을 상징하는 ‘로고진’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다. 대학로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황선화는 모든 남자들이 갈망하는 여인 ‘나스타샤’로 분한다. 여기에 무대디자인 여신동, 조명디자인 김창기, 음악감독 장영규 등 연극계 내로라하는 제작진이 가세해 관객의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키는 무대를 선보일 것이다.

예매·문의 국립극장 홈페이지 혹은 전화로 가능하다.

■ 줄거리

페테르부르크 행 기차 3등석 객실에 우연히 마주 앉은 두 남자. 미쉬킨 공작은 간질병 치료를 위해 스위스에서 오랜 요양생활을 마치고 러시아로 돌아오는 중이고, 막대한 유산의 상속인이 된 로고진은 미모의 여인 나스타샤에게 빠져있다. 미쉬킨과 로고진은 연적이 될 운명을 모른 채 기차역에서 스쳐 지나간다. 세상 모든 남자들이 갈망하는 나스타샤는 아름답지만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한 여인이다. 일찍 양친을 여읜 그녀는 돈 많은 지주 또쯔끼에게 농락당하고 그의 정부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또쯔끼는 새로운 결혼을 하려는 목적으로, 나스타샤를 예빤친 장군의 비서 가냐와 결혼시키려 궁리 중이다. 여기에 나이 든 예빤친 장군조차 아내 몰래 진주 목걸이를 건네며 나스타샤를 탐내고 있다.

나스타샤의 생일파티. 미쉬킨과 로고진을 비롯해 사랑과 돈, 출세 등 서로 다른 욕망으로 그녀를 차지하려는 남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돈과 권력, 쾌락을 쫓는 그들 가운데 미쉬킨의 나스타샤에 대한 순수한 고백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불러오는데….

장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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