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전)농업생명공학연구원장 김호일

지난 8월 25일 유럽연합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가 유전자교정기술을 이용한 작물도 GMO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즉 이 기술이 2001년 만들어진 GMO 지침(Directive)이 규제대상으로 삼는 GMO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규제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프랑스 정부가 유전자교정으로 생산된 농작물을 GMO 규제에서 면제대상으로 규정하려 하자 프랑스의 소농민 단체들이 유럽연합에 소송을 제기하여 이에 프랑스 정부가 유럽사법재판소에 판단을 의뢰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인데 이러한 평결이 국제적으로 미칠 영향은 적지 않아 보인다.  

한편 미국은 이러한 차세대 유전자교정기술 농업적 활용에서 이미 갈변방지 버섯, 고품질 식용유 생산 콩등 총 23개 품목에 대해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이 되고 있으며 곧 상업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작물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농무부(USDA)는 이러한 유전자교정기술 산물에 대해서 규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유럽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8월에 이러한 유전자 교정기술 산물에 대해서는 최종산물에 외래 DNA가 남지 않는 한은 GMO와 같이 규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고 보도하여 주목을 끌었다. 또한 미국과학기술한림원(NAS)도 유전자 교정기술이 유전공학기술의 정밀도를 높여 GMO를 뛰어넙는 신육종기술이라는 유전공학작물 기술현황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유럽은 이미 GMO의 규제당시부터 최종산물에 대해 규제하는 미국과 달리 GMO생산과정에 대해 규제를하는 등 까다로운 규제를 하여 미국에 비해 생명공학기술개발 분야에서 크게 뒤떨어져 있다. 이번 평결로 유럽에서는 유전자교정 기술연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나올 때마다 큰 사회적 저항이 있어 왔고 멘델의 법칙이 발표된 이후 교배육종이 본격화되자 식물 간의 교배가 자연생태계를 교란하고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역사적으로 격렬한 반대가 있어 왔다.

21세기의 유전공학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등장으로, 넘지 못했던 거대한 장벽을 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개발되고, 이를 작물 개량에 응용하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유전자 편집 작물을 GMO와 동일하게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과학자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작물의 병충해나 더위 등에 약한 유전자를 삭제하는 유전자 편집으로 생산을 촉진할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이를 놓고 한편에서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하므로 GMO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편에서는 외부 유전자 삽입이 없는 유전자 편집 작물은 GMO와 같지 않다고 주장한다.

유럽이 전자의 손을 든 반면, 미국은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2016년 유전자 가위 기술로 만든 변색 예방 버섯이 GMO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 내린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외래 유전 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유전자 편집 작물은 GMO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일본도 환경성 검토 회의에 따라 미국과 같은 노선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증가에 따른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전자교정기술과 이에 따른 안전성 관련 규제는 그 어떤 것도 소홀히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의 정도가 경우에 따라 달라지기에 규제의 정도도 경우에 따라 달라져야 하겠지만, 생명공학기술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자교정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국내의 한 생명공학회사는 이미 세계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남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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