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데이터 서비스 가능한 WiMAX가 일단 승세…UBM 비주류 전락]

베리존이 4G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구성을 두고 LTE와 CDMA UBM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시스코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면서 WiMAX 장비 공급을 시작했고 에릭슨은 WiMAX가 위험 부담이 크다며 관련 장비 생산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점입가경 4G 시장,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이동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술이지만 새 역사가 만들어지고 수십억 달러짜리 기업들이 생겨나거나 사라지게하는 것은 기술 아래에 깔린 ‘결정’이다. 이것은 무선 네트워크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던 지난 90년대 통신 시장의 모습이었다.

베리존(Verizon Wireless LLC)과 스프린트 넥스텔(Sprint Nextel Corp.)의 결정권자들은, 당시 신생 기업 중 하나에 불과했던 퀄컴을 기술 공급자로 선택하고 그들의 CDMA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작은 기업이 향후 휴대폰 시장의 핵심 역할을 하리라는 그들의 확신은 현실이 됐다.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빨리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게 하려는 이동 통신 사업자들은 지금 소위 제 4 세대(이하 4G) 업그레이드를 눈 앞에 두고 90년대와 비슷한 선택을 해야한다.

이번에도 퀄컴이 그 중심에 있다. 퀄컴은 CDMA 계열의 UBM(ultra mobile broadband)로 여러 종류의 휴대용 기기에서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에 더 쉽게 접속하게 하는 기술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세대에도 GSM(global system for mobile) 통신 표준을 개발, 현재 전 세계 휴대폰 이용자의 80%에게 공급하고 있는 유럽 경쟁자들이 퀄컴을 내버려두고 있지는 않다.

유럽 이동통신 사업자들 역시 자체적으로 4G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LTE(long term evolution)다. 사실 LTE는 퀄컴의 UMB에 비해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LTE가 GSM 기반 네트워크에 대한 호환성이 UMB 보다 높다는 것.

또 하나의 세력은 전혀 다른 기술인 WiMAX에 집중하고 있는 인텔, 시스코, 삼성이다.

 

고심하는 베리존

4G 진입과 관련한 이동 통신 시장의 경쟁은 치열하고 위험 부담도 크다. 그러나 새 공급자를 택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용자 확보에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도 없다.

스프린트 넥스텔이 바로 그렇다. 스프린트 넥스텔은 CDMA를 버리고 50억 달러를 써 가며 WiMAX 네트워크로 갈아타면서 내년 까지 미국에서만 1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미국 내 2위 이통 사업자인 베리존은 어떨까. 베리존은 오랫 동안 퀄컴 소비자였다. 베리존은 지금 퀄컴과의 아름답던 시절을 잊기로 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베리존은 지금 LTE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미 에릭슨과 노키아가 LTE를 택했다.

그렇다고 해서 베리존이 WiMAX와 UMB, 그리고제 3의 4G 기술에 아예 관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베리존은 지금 여러 기술을 테스트하는 중이며 다만 아직 그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밝혔지만 어쨌든 업계에서는 이들이 LTE 선택을 고민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변화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리존이 LTE나 WiMAX로 갈아타면 CDMA를 이용하던 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CDMA 패밀리로 불리는 이들 제품군은 퀄컴, 알카텔-루슨트, LG 전자, 삼성, 노텔 네트웍스 등이 주도하는 휴대폰 단말기 및 인프라 스트럭쳐에서 430억 달러에 이르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매출과 순익 면에서 CDMA 시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퀄컴과 LG 전자다. 그러나 양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알카텔-루슨트다. 일부 전문가는 베리존이 CDMA를 내버릴 경우 알카텔-루슨트의 매출은 무려 24억 달러나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UMB 물건너 갔지만 퀄컴은 계속 절대 강자로

CDMA의 미래를 논할 때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LTE와 WiMAX의 대결 구도다. 역시 스프린트 넥스텔이 WiMAX를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베리존이 LTE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CDMA) UMB 후원 세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기술의 축 역시 LTE와 WiMAX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공룡들은 많다. AT&T도이치 텔레콤(Deutsche Telekom AG) 역시 LTE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생 서비스 공급자들은 주로 WiMAX 기반 제품을 속속 내 놓고 있다.

UMB가 설 자리는 별로 없어 보인다. 물론 CDMA 패밀리가 사라진다 해도 퀄컴은 여전히 절대 강자로 살아 남을 것이다. 퀄컴은 플래리언(Flarion Technologies)를 사들이고 아예 회사 이름을 퀄컴 플래리언 테크놀로지(Qualcomm Flarion Technologies Inc.)로 바꿔버렸다. 플래리온은 모든 4G 기술 진영에 관계된 특허를 가지고 있다. 휴대폰 칩에 관한 한, 퀄컴의 장악력은 빛이 바랠 수 없는 것이다.

베리존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GSM 공급자 중 하나인 보다폰(Vodafone Group Plc.)이다. 베리존(Verizon Wireless LLC)은 보다폰과 베리존 커뮤니케이션(Verizon Communications Inc.)의 조인트 벤처이며 베리존 커뮤니케이션과 보다폰이 베리존 지분을 각각 55, 45% 씩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한 일.

베리존이 LTE를 선택하면 무엇이 가장 좋을까. CDMA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약 20%이며 UMB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만일 LTE로 넘어가게 되면 베리존은 보다폰은 물론 다른 세계 각국의 주요 이통사와 호환성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진출할 수 있는 시장 규모 역시 당연히 훨씬 커진다.

 

WiMAX 최대 매력은 단일 데이터 서비스

시장 규모에서 매력적임에 틀림 없지만 LTE를 상용화하려면 위험 역시 크다. 전문가들은 LTE가 아직 검증된 기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제 때에 원하는 만큼 네트워크 성능을 나타내리라는 보장도 없고 설령 그렇다 해도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게다가 LTE가 상용화되는 2009-10년 쯤에는 이미 다른 새로운 대체 기술이 나타날 수도 있다.

더우기 모바일 WiMAX 초기 버전은 이미 상용화됐다. 관련 산업계 일부는 WiMAX의 장점 때문에 LTE는 아예 상용화되지 못할 것으로 까지 본다. 이런 입장에 있는 대표적 업체가 삼성이다.

모바일 WiMAX는 최대, 초당 70Mb의 데이터를 40 마일 너머로 날려보낼 수 있다. 평균 속도는 같은 조건에서 이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30Mb/sec. WiMAX는 또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3G 보다도 구축비가 저렴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WiMAX가 인터넷 프로토콜 기반 기술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통 사업자는 무선 DSL과 비슷하게, 음성 전화에서 웹 서핑이나 영상 데이터까지를 아우르는 단일 데이터 서비스 공급이 가능하다. 현재 음성과 데이터 전송을 별개로 서비스하는 이통 사업자들 일부는 바로 이 때문에 WiMAX를 최선의 대안으로 보고 있다.

또 이것은 시스코와 같은 IP 장비 생산 업체의 구미에도 잘 맞는다. 시스코는 최근 WiMAX 영역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이와 관련해 시스코는 최근 텍사스의 내비니 네트웍스(Navini Networks Inc.)를 3억 3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내비니는 WiMAX 관련 장비 생산 업체이며 필수적인 WiMAX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 2004년, 자기들은 WiMAX 사업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 바 있다. 시스코가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말을 바꾼 것은 이 시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입지 굳히는 WiMAX

최근 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 itu.int)은 WiMAX를 이동 통신 표준의 소위 3G 패밀리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ITU 회원국의 공공 무선 통신 대역에 WiMAX를 이용할 길이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노트북, 전화기, 음악 재생 장치 등의 휴대 기기에 이제 막 도입되기 시작한 수신기들을 서로 연결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세계 1위의 컴퓨터 칩 생산자인 인텔은 내년 까지 자사의 노트북에 WiMAX를 집어 넣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이미 WiMAX 기기들을 내 놨다. 노키아모토롤라 역시 내년 부터 WiMAX 기술을 응용한 이동 장치를 판매할 것이라 발표했다.

개발 도상국에서도 WiMAX는 위상이 높다. 브라질,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의 이통 사업자들이 WiMAX를 앞다퉈 받아들이고 있다. WiMAX 서비스를 시작한 이통 사업자는 전 세계적으로 41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의 약 75%는 모바일 WiMAX를, 나머지는 (당연히) 고정 WiMAX를 서비스한다.

크레이그 매코(Craig McCaw)가 지난 2003년에 설립한 벤처 클리어와이어(Clearwire Corp.)는 스프린트와 협력해 미국에 WiMAX를 공급하기로 했다. 클리어와이어는 이미 유럽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곧 이것을 아시아와 남미로 확장할 계획이다.

 

WiMAX 멀기는 마찬가지

WiMAX가 입지를 굳혀가고 있지만 이에 따르는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의 에릭슨(Ericsson Inc.)은 WiMAX 관련 장비를 생산할 계획이 없음을 천명한 바 있다. 이 세계 최대의 텔레콤 장비 생산업체는, WiMAX가 이동 중의 음성 전화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한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기술만의 문제는 아니다. WiMAX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미 그 안정성이 확인된 여러 광대역 기술과 경쟁해야한다. 또한 WiMAX 서비스를 택한 기업은 개발 도상국 시장에서 얼마나 수익을 창출해야할지 증명해야한다.

더구나 이제 막 도입되기 시작한 모바일 WiMAX는 아직 완전한 4G 서비스로 분류되지 못한다. 3G와 4G 사이의 어떤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WiMAX 4G 버전은 몇 년 후에야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설 것으로 보이며 이 시기는 LTE 상용화 시기와 일치한다.

무엇보다도, 산업계에서는 이상의 3 가지 4G 기술 중 어떤 것이 과연 가장 빠르고, 가장 효율적이며, 가장 경제적일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자사의 노트북에 WiMAX 칩을 박아 넣고 통신사들이 3G 라이센싱에 수십억 달러 씩을 쏟아 붇는 것은 WiMAX의 파괴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보다폰 CEO인 아룬 사린(Arun Sarin)은 올 초 열린 한 관련 산업 박람회에서 산업계 모두가 힘을 합해 LTE를 정착시키고 WiMAX를 이겨내자고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LTE는 아직 표준화 단계에 머물러 있고 WiMAX는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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