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박3일간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 비핵화 실현을 위해 소매를 걷어 부쳐야 한다…언제까지 北核을 머리에 이고 살수는 없지 않겠는가?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가쁘게 전개되온 지난 2박3일간 평양에서 개최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이제 모두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 방북 첫 날 평양 순안공항에서의 남북 두 정상의 진한 포옹과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역사적인 문 대통령의 연설, 두 정상 내외의 깜짝 백두산 등정 등은 온 국민과 세계 모두가 주목을 이끌어내는데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동양에서 가장 큰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 운집한 15만 명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들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설은 비핵화의 성사 여부를 떠나 역사에 남을만하다.

'9.19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한반도 평화시대의 본격화를 위한 군사분야, 남측의 한반도 신경제지도과 북측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반영한 경제분야,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한 인도적 해결조치, 문화예술분야 증진,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북측 정상의 연내 서울 답방 등 기존 남북 관계에서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문제들이 정상간 합의를 통하여 해결 의지를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많은 언론과 평론가들 사이에는 이번 평양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반응이다.

첫째 북한이 비핵화 조치로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나아가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를 표명한 것은 그간 남북간 합의수준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구체적인 합의라고 했고

둘째, 남북은 육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상호 적대행위를 종식하는 내용의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며, 사실상의 종전선언(終戰宣言)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으며

셋째, 연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 개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정상화, 서해 경제 및 동해 관광 특구 조성등 남북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구상을 구체화하였다고 평(評)했다.

공동합의문에서 다른건 몰라도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문제,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개소,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합의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며 이러한 한반도의 변화와 남북 정상의 노력은 마땅히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화려한 이벤트에 가려져 북핵 폐기에 대한 결실이 다음에 열릴 수 있는 北美 정상회담으로 공이 넘어간 점은 자칫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됐다고 할 수 있다.

온 국민과 전 세계인들은 그동안 현 정부들어서만 세 번째로 개최한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대한 확실한 내용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었다.

최소한 핵무기의 양과 위치에 관한 리스트 정도는 제시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약속 정도는 나오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하지만 회담 후 발표된 공동선언을 보면 남과 북의 정상들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식으로 애둘러서 예매하게 표현했다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는 단지 구호처럼 공허할 뿐 의미가 없다.

북핵 비핵화에 대한 검증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지난 2박 3일간의 평양정상회담은 자칫하면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이 치밀하게 연출한 한편의 드라마로 격하 될 수 있다.

마침 그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훌륭한 서한을 받았다며 친분을 과시했지만 "나는 급하지 않다"며 "대북제재는 유지되고 있고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영구 폐쇄 등의 대가로 요구하는 미국의 '상응조치'를 쉽게 내주지는 않겠단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중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런 반응들이야 말로 국제사회, 특히 비핵화의 당사자인 미국이 바라보는 냉혹한 현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타인(Arthur A. Stein) 교수는 전쟁의 발발과정을 연구하면서 공격적 성향의 ‘기회주의 국가’는 상대가 호락호락하게 보일 때 전쟁을 결심한다고 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도 기회주의 국가인 독일이 영국을 나약하게 인식하여 전쟁을 도발했고, 1962년 쿠바사태도 기회주의 국가인 소련이 미국의 대응의지를 과소평가하여 발생했으며, 1950년의 한국전쟁도 기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남한을 만만하게 보아 발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서도 봤듯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만 너무 일찍 샴페인 뚜껑을 개봉한다면 한반도는 또 다시 '核 공포(恐怖)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그 동안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사이를 오가면서 양국간에 끊어진 대화를 다시 이어가게 하는 가교(架橋)역할을 열정적으로 수행해왔다.

문 대통령의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친 과속은 항상 사고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평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기업인들의 방북을 놓고 북한 초청이냐, 청와대 단독 결정이냐를 놓고 한심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들리는 말로는 공식 방북한 경제인들중 마음이 내키지 않음에도 정권의 눈치 때문에 따라갔다고 전해진다.

정부는 북한 투자를 위한 탐색 차원이라고 말하지만 기업인들의 평양행은 ‘들러리’로 비쳐지기에 충분했다.

만일 정부가 대북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인의 팔목을 심하게 비튼다면 국민도 기업도 정부도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정상회담 개최 즈음 17일에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남·북·러 철도 연결 사업에 반대 입장을 선명히 밝히며 압박을 강조했다.

현재로선 미국은 북한과의 본격적 협상보다는 대화국면을 이어가며 북한의 비핵화 실천을 탐색하며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매우 좋은 소식이다.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라”고 평가는 하고 있지만 외교성적표 관리 차원의 수사(修辭) 차원에 불과 할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2박 3일간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반도가 처해있는 지금의 상황을 냉혹하게 바라봐야만 한다.

마침 지난 18~20일 평양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은 숨돌릴 틈도 없이 뉴욕에서 열리는 제73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오늘(23일)부터 27일까지 3박 5일간의 일정으로 美國行에 오른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대국민 보고에서 "(김 위원장과) 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도 있다"며 "그런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상세한 내용을 전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정상공동합의문'에 담지 않았다는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어찌보면 한반도에서 평화를 이룰 단 한 장의 '마지막 와일드카드'다.

이는 당사자인 우리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국제사회는 벌써부터 흥분과 기대감이 몹시 크다.

하지만 최종 비핵화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旅程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뿐 아니라 유엔총회에 참석한 다른 정상들로부터 한반도 비핵화 노력에 대한 지지를 확보해 그 동안 南北·北美관계의 장애요소인 終戰선언과 대북제재가 마침표를 찍는 초석을 이루어야 한다.

'단팥없는 단팥빵처럼 비핵화 없는 비핵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4일(현지 시간)에 있을 한미정상회담(韓美頂上會談)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남북 및 북미' 관계의 先순환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실천적인 협력방안들이 심도 있게 잘 협의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완성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그리고 전 세계가 그토록 기대하고 바라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非核化)와 終戰선언이 2차 北美 정상회담에서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는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 곁으로 빨리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추석 차례상에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희망이 수북하게 올라오길 기대 한다.

언제까지 北核을 머리에 이고 살수는 없지 않겠는가?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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